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03> 세상일에 귀 닫고 입 닫고 살고자 한 여말선초의 박의중

그 밖에 다른 일은 마음에 두지 않는다네(更無他事到心頭·갱무타사도심두)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9-05 18:40:54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문 닫아걸어 속된 무리는 만나지 않고(杜門終下接庸流·두문종하접용류)/ 청산만 내 누대로 들어오게 허용한다네.(只許靑山入我樓·지허청산입아루)/ 즐거우면 읊고 피곤하면 잠을 자니(樂便吟哦慵便睡·낙편음아용편수)/ 그 밖의 다른 일은 마음에 두지 않는다네.(更無他事到心頭·갱무타사도심두)

위 시는 이색의 문인인 여말선초의 문사 박의중(朴宜中·1337~1403)이 쓴 ‘척약재 김구용의 시운에 차운하여(次金若齋九容韻·차김약재구용운)’로, 그의 문집인 ‘정재집(貞齋集)’에 들어있다.

세상의 일에서 벗어나고자 문을 잠그고 두문불출한다. 더는 복잡한 세상일에 끼이지 않고 싶다. 마음 내키면 노래하고 잠이 오면 잠잘 뿐이다. 바깥일에 마음 두지 않는다. 박의중은 고려 말 예문관제학 겸 대사성을 지냈고, 조선에 들어와 1392년(태조 1) ‘고려사(高麗史)’를 수찬할 때 참여한 뒤, 관직에 더 나아가지 않았다. 태종 이방원이 고위직을 제안했지만, 나아가지 않고 몸을 숨긴 선비였다. 문장이 뛰어나 충주 억정사지 대지국사(大智國師·1328~1390) 찬영의 탑비 비문을 짓기도 했다.

어느 시대인들 혼돈스럽지 않은 적이 있던가. 병자호란 때 청나라와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한 김상헌(金尙憲·1570~1652)이 볼모로 잡혀가며 읊은 시조에도 “…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고 하였다. 그렇다. 시절은 항상 하(매우) 수상(殊常)하였다. 박의중이 살던 시기는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기에 그가 벗할 대상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청산(靑山)뿐이었다. 세상일 들어봐야 이 말 다르고, 저 말 다르다. 당시 선비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의(義)’였다.

봉사 차원이지만 서당을 열어놓고 있다 보니 많은 사람을 만난다. 우리는 농담 삼아 “중원에서 설치는 이들은 어중간한 사람이지만, 진정한 고수는 강호에 숨어 산다”는 말을 한다. 지리산에 살다 보니 이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골짜기에서 평범하게 사는 분이지만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고수라는 생각이 드는 분이 있다. 필자와 어제 자리를 함께한 어르신도 그렇다. 박의중을 지금 만난다면 그에게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5. 5“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6. 6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7. 7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10. 10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5. 5[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6. 6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7. 7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8. 8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9. 9특검, '이의제기 없는 투표지'도 현 상태 보전 요청.. "추후 검증에 대비"
  10. 10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3. 3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4. 4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5. 5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8. 8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5. 5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전재수 시장, 명지소각장 폐쇄 결정…“생곡소각장과 별개”
  8. 8강서구, 부산시와 명지소각장 폐쇄 협약 체결
  9. 9‘국힘 397억 원’ 달린 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생중계
  10. 10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