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06> 귀뚜라미 우는 소리 듣고 자신의 심경을 읊은 동계 정온

나는 어리석어 때를 기다리며 우는구나(愚儂還昧待時鳴·우농환매대시명)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9-17 18:55:14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밤 새 귀뚤귀뚤 우니 무슨 사연 있는가?(通宵喞喞有何情·통소즉즉유하정)/ 맑은 가을에 저절로 우는 소리 듣기 좋네.(喜得淸秋自發聲·희득청추자발성)/ 미물도 또한 계절 따라 절로 감응하는데(微物亦能隨候動·미물역능수후동)/ 나는 어리석어 때를 기다리며 우는구나.(愚儂還昧待時鳴·우농환매대시명)

위 시는 동계(桐溪) 정온(鄭蘊·1569~1641)의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聞蟋蟀·문실솔)’로, 그의 문집인 ‘동계집(桐溪集)’에 있다. 요즘처럼 귀뚜라미 우는 시절 읊은 시이다. 밤새 우는 귀뚜라미는 무슨 할 말이 저리 많은 걸까? 밤새 들어도 싫지 않고 듣기 좋다. 귀뚜라미 같은 미물도 자연 이치에 따라 절로 감응한다. 하물며 인간임에도 정온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경남 거창군에서 태어나 남명 조식의 학맥을 이었다. 남명의 수제자인 정인홍의 문인이다. 학맥만으로도 그가 절개와 충절이 높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1614년 영창대군이 강화부사 정항(鄭沆)에 의해 피살되자 상소를 올려 정항의 처벌 등을 주장하였다. 이로 인해 제주도에서 10년간 위리안치 유배생활을 했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이조참판으로서 김상헌과 함께 척화(斥和)를 주장했다. 결국 청나라에 굴복하는 화의가 이뤄지자 칼로 자결을 시도하였지만 실패했다. 이후 관직을 버리고 낙향해 은거하다 세상을 버린 선비이다. 그런 그가 때를 기다리며 운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제 고향인 대구 달성군 논공읍 노이리 갈실마을에 있는 문중 묘소에 가 벌초를 하였다. 오전 8시부터 벌초하는 것으로 돼 있어 새벽 5시에 출발했다. 전날 밤늦게까지 연빙재에 앉아 있는데 웬 귀뚜라미가 그리도 우는지?

고향에 도착하니 벌초하러 온 사람들로 마을이 북적였다. 회장님과 집안 형님께서 예초기로 풀을 깎았다. 두 분 모두 70대이다. 60대 중반이 가장 젊었다. 벌초를 마쳤을 때 119구급차와 소방차가 다른 산길로 올라갔다. 형님은 “누가 다치거나 벌에 쏘인 모양이다”고 하셨다. 필자도 작업하는 동안 벌에 목덜미를 쏘였으나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문중 사람들과 읍내 국밥집에 앉자, 각자 벌에 쏘여 위험했던 순간들을 이야기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4. 4[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5. 5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8. 8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9. 9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10. 10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5. 5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6. 6‘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7. 7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8. 8여야 ‘조희대 국조’ 두고 공방 격화
  9. 9밤샘농성 장동혁 "피의자 선관위가 새벽 4시에 투표용지 가져가"
  10. 10북한 ,‘탄도미사일 10여발’ 무력시위
  1. 1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2. 2‘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3. 3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4. 4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5. 5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6. 6사실상 금융업 전체가 다 털릴 판…靑, 긴급 대응회의(종합)
  7. 7'부캉이 오기 전' 부산 2분기 인구감소지역 체류인구 5% 증가
  8. 8첫 100조 분기매출 하닉 “100조 주주환원 하겠다”(종합)
  9. 9전용터미널·화주 인센티브 등 북극항로 상업운항 지원 요구
  10. 10부산과학기술협의회·CTO평의회 역량 확대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4. 4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5. 5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6. 6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김해 어르신 생활 불편 해결해 드립니다
  10. 10“공장화재 대원 고립됐다” 실전같은 훈련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5. 5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6. 6‘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7. 7‘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8. 8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9. 9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10. 10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