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08> 구차하게 사는 걸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말 한 맹자(孟子)

발로 차면서 주면 거지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9-24 19:38:43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蹴爾而與之, 乞人不屑也·축이이여지, 걸인불설야

한 그릇의 밥과 한 그릇의 국, 이것을 먹으면 살고 얻지 못하면 죽을지라도, 욕설을 퍼부으며 주면 길 가는 사람이라도 받지 않을 것이다. 발로 차서 준다면 거지라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一簞食, 一豆羹, 得之則生, 弗得則死, 嘑爾而與之, 行道之人弗受, 蹴爾而與之, 乞人不屑也.(일단사, 일두갱, 득지즉생, 부득즉사, 호이이여지, 행도지인불수, 축이이여지, 걸인불설야.)

맹자(孟子)의 ‘고자장구(告子章句)’ 상(上)의 총 20장(章) 중 10장에 나온다. 비록 그것을 먹고자 함이 급하더라도 오히려 무례함을 싫어해 차라리 죽을지언정 먹지 않는 사람이 있다. 거꾸로 말하자면 아무리 귀중한 물건이라도 그 주는 방법이 예의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원하고 싫어함을 살고 죽는 것보다 심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 사는 것보다 더 절실하게 원하는 바는 구차하게 사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舍生而取義者也(사생이취의자야)’, 즉 사는 것을 버리고 의로움을 택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눈앞의 이욕(利慾)에 빠져 이것을 잊는다.

추석 명절을 맞아 목압서사가 있는 화개 목압마을에서는 어제 아침 제초 작업을 하는 등 마을 대청소를 하였다. 몇 사람이 예초기로 마을길 이곳저곳에 난 풀을 깎았고, 필자는 예초기로 할 수 없는 곳을 골라가며 낫으로 풀을 베었다. 두 시간 가까이 작업하는 동안 ‘蹴爾之食(축이지식·발로 차면서 주는 음식)’과 ‘羞惡之心(수오지심·부끄러워하는 마음)’이란 단어가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필자가 평생 공부하고 배운 것을 지리산에 들어와서는 봉사 차원에서 무료로 나누고 있다. 요즘은 오래된 집에 당호(堂號)를 지어 주거나 호(號)를 지어 주는 일이 잦다. 예전에 서당 공부를 하다 중단한 분들이 다시 고전 공부를 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부탁하는 분들은 예의를 지키기 위해 이것저것 들고 오신다. 이럴 경우 참으로 난감하지만, 그래도 완곡하게 말씀드리곤 가능하면 돌려드린다. 물론 이런 사례는 맹자의 말에 해당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필자가 예민한 탓이겠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만큼 무례한 경우가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8. 8[사설]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9. 9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10. 10“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1. 1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2. 2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3. 3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4. 4“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5. 5‘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6. 6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7. 7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8. 8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9. 9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10. 10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6. 6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7. 7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8. 8조선 빅3 공동납품망 완성…부산 기자재 플랫폼 안착(종합)
  9. 9롯백 편집숍 ‘시시호시’ 부산 감성 입었다
  10. 10캐릭터로 동심 공략하고, 어른 향수도 자극하고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5. 5“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6. 6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7. 7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8. 8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9. 9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0. 10“부산형 상병수당, 고령노동자도 줘야”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3. 3“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