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蹴爾而與之, 乞人不屑也·축이이여지, 걸인불설야
한 그릇의 밥과 한 그릇의 국, 이것을 먹으면 살고 얻지 못하면 죽을지라도, 욕설을 퍼부으며 주면 길 가는 사람이라도 받지 않을 것이다. 발로 차서 준다면 거지라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一簞食, 一豆羹, 得之則生, 弗得則死, 嘑爾而與之, 行道之人弗受, 蹴爾而與之, 乞人不屑也.(일단사, 일두갱, 득지즉생, 부득즉사, 호이이여지, 행도지인불수, 축이이여지, 걸인불설야.)
맹자(孟子)의 ‘고자장구(告子章句)’ 상(上)의 총 20장(章) 중 10장에 나온다. 비록 그것을 먹고자 함이 급하더라도 오히려 무례함을 싫어해 차라리 죽을지언정 먹지 않는 사람이 있다. 거꾸로 말하자면 아무리 귀중한 물건이라도 그 주는 방법이 예의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원하고 싫어함을 살고 죽는 것보다 심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 사는 것보다 더 절실하게 원하는 바는 구차하게 사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舍生而取義者也(사생이취의자야)’, 즉 사는 것을 버리고 의로움을 택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눈앞의 이욕(利慾)에 빠져 이것을 잊는다.
추석 명절을 맞아 목압서사가 있는 화개 목압마을에서는 어제 아침 제초 작업을 하는 등 마을 대청소를 하였다. 몇 사람이 예초기로 마을길 이곳저곳에 난 풀을 깎았고, 필자는 예초기로 할 수 없는 곳을 골라가며 낫으로 풀을 베었다. 두 시간 가까이 작업하는 동안 ‘蹴爾之食(축이지식·발로 차면서 주는 음식)’과 ‘羞惡之心(수오지심·부끄러워하는 마음)’이란 단어가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필자가 평생 공부하고 배운 것을 지리산에 들어와서는 봉사 차원에서 무료로 나누고 있다. 요즘은 오래된 집에 당호(堂號)를 지어 주거나 호(號)를 지어 주는 일이 잦다. 예전에 서당 공부를 하다 중단한 분들이 다시 고전 공부를 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부탁하는 분들은 예의를 지키기 위해 이것저것 들고 오신다. 이럴 경우 참으로 난감하지만, 그래도 완곡하게 말씀드리곤 가능하면 돌려드린다. 물론 이런 사례는 맹자의 말에 해당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필자가 예민한 탓이겠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만큼 무례한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