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深識孺人能主饋·심식유인능주궤
일찍이 낭군과 산속 서재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曾從夫子話山齋·증종부자화산재)/ 촛불 밝혀놓고 찬 밤 내내 속마음을 터놓았다지.(秉燭寒宵展好懷·병촉한소전호회)/ 부인이 음식 장만 잘한다는 것 훤히 알고 있으니(深識孺人能主饋·심식유인능주궤)/ 술 데우고 고기 구워내면 그 맛이 좋았다지(煖醪燒肉味皆佳·난료소육미개가)
위 시는 조선 후기의 문신인 조태억(趙泰億·1675~1728)의 ‘태인현감 이렴의 아내를 애도하며(李泰仁濂內挽·이태인렴내만)’로, 그의 문집인 ‘겸재집(謙齋集)’ 권11에 들어 있다.
조태억이 벗의 아내가 내조를 잘하고 현모양처로 남편과 금슬이 좋았는데 죽자 만시를 지어 애도했다. 그 부인은 음식도 잘하였던 모양이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아내가 죽어도 만시를 잘 짓지 않았는데 벗의 아내를 위해 만시를 지은 것은 드문 일이다. 그만큼 벗인 이렴의 부부와 각별한 친분이 있었을 것이다. 조태억이 그 부인으로부터 음식 대접도 받고, 사람 됨됨이도 유심히 관찰하였기에 이런 시가 나왔으리라.
2023년 마지막 달인 12월에 접어들었다. 영하의 날씨가 이어져 이미 겨울이 시작된 느낌이다. 따뜻한 난로, 뜨거운 국물이 생각난다. 불가에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워 소주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때이다. 먹을 게 귀하던 시절엔 콩국이나 뜨거운 뜨물국을 마시며 몸과 마음을 데웠다.
어제와 그제 주말에 관광지인 지리산 화개골에는 집집마다, 펜션마다 삼겹살 굽는 연기와 냄새가 담을 넘어 왔다. 본격 추위가 시작되기 전인 초겨울 주말이어서 외지 사람이 많이 찾았다. 불가에서 가족·벗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는 재미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낭만과 그 속에 흐르는 정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제 필자의 형제들도 화개골에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퇴직 후 필자가 있는 화개골에 내려와 지난달부터 쉼표하나 카페를 운영하는 남동생 조병훈의 환갑날이었다. 그의 아내와 딸 둘, 부산에 사는 여동생 내외가 왔다.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고 늦게까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오는 17일 결혼식을 올리는 필자의 큰아들 조현일은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