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49> 사육신의 한 분인 매죽헌 성삼문이 읊은 매화 시

아련한 꽃잎은 눈과 같구나(靄靄花如雪·애애화여설)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2-20 18:46:13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따스한 사람은 옥과 같고(溫溫人似玉·온온인사옥)/ 아련한 꽃잎은 눈과 같구나.(靄靄花如雪·애애화여설)/ 서로 마주 보며 말이 없는데(相看兩不言·상간양부언)/ 달빛만 푸른 하늘 물들이네.(照似靑天月·조사청천월)

위 시는 매죽헌(梅竹軒) 성삼문(成三問·1418~1456)의 ‘매화 핀 창가에 달빛이 교교하네’(梅窓素月·매창소월)로, 그의 문집인 ‘매죽헌집(梅竹軒集)’에 수록돼 있다. 성삼문은 집현전 학사 출신으로 목숨을 바쳐 신하의 의리를 지킨 사육신(死六臣) 중의 한 분이다. 그는 1455년 수양대군이 단종을 내쫓고 왕위에 오르자 이듬해 단종 복위를 계획하다 발각되어 능지처참을 당하였다.

위 시는 매화가 창가에 비치는 모습을 보고 읊은 작품으로, 그의 곧고 맑은 지조를 보여주는 시로 평가받는다. 매화는 선비들의 정신과 연관되는 꽃으로 선비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대상이다. 매화는 눈이 내린 겨울에도 피어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했다. 성삼문이 매화를 시의 대상으로 삼은 것도 그러한 까닭이었을 것이다.

성삼문은 차가운 달을 보고 옥과 같고 꽃과 같다며 넉넉한 시상을 드러낸다. 아마도 그는 편안하고 온순한 성품을 가진 인재였으리라 짐작된다. 성삼문은 흔히 고려 말 충신 정몽주와 비견되곤 한다. 정몽주는 사후에 문충(文忠)이라는 시호를 받았는데, 성삼문의 시호는 충문(忠文)이다. 정몽주가 절개를 지키는 마음을 담은 ‘단심가’(丹心歌)를 지었다면, 성삼문은 ‘절의가’(絶義歌·원 작품에는 제목이 없음)를 지었다.

매화가 사방에 피었다. 산이며, 길가며, 개울가에도 소박하면서 지조 있는 자태를 드러내며 피어 있다. 사람들이 매화나무를 구입해 곳곳에 심어서이지, 그렇게 흔하게 피는 꽃은 아니다.

필자의 마당에도 몇 종의 매화나무가 있다. 작은 매화나무를 사다 심은 것이다. 차산에도 매화가 피어 하얗다. 며칠 계속 봄비가 내려 흰 달(素月)과 함께 매화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리하여 성삼문의 위 시를 필자는 좋아한다. 사람들은 좀 있으면 피어날 화개십리벚꽃을 보러 이 골짜기를 찾지, 매화를 보러 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분양 대어’ 내달부터 줄섰다…부산 부동산 활력소될까
  2. 2북항 ‘주거’ 난립 배경 밝힌다…칼 겨눈 檢에 긴장
  3. 3김해공항 국제선 확장터미널 26일 개장…혼잡 완화 기대
  4. 4부산총선 與 압승 뒤엔 막강 조직력 시의원들 있었다
  5. 5남문 광장 1만 여㎡ 부전역 연계 개발…시민친화 공원 박차
  6. 6갑작스러운 대포 세례, 소총부대 롯데의 변신
  7. 7CCTV 늘리면 뭐하나…관제 인력난에 1명이 500대 맡아
  8. 8“내 몸속 기생생물…2명의 자아 연기 힘들었죠”
  9. 9“부산~미야자키 하늘길 열자” 관광협회 간 결연
  10. 10[근교산&그너머] <1378> 경주 명활성 탐방로
  1. 1부산총선 與 압승 뒤엔 막강 조직력 시의원들 있었다
  2. 2부산 당선인 국토위 희망 최다…차순위는 산자위·정무위 꼽아
  3. 3국힘‘두달짜리’ 비대위 ‘관리형’ 가닥 잡았지만 위원장 후보 잇단 고사
  4. 4[속보]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 원내대표로 선출
  5. 5‘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 市 엉터리 예산집행·정산 등 파문
  6. 6부산시의회 후반기 의장…안성민 연임이냐, 새 인물이냐
  7. 7루마니아 K-방산·원전 잭팟 터지나…BPA와 항만개발 협력도 강화 합의
  8. 8초대 우주항공청장에 윤영빈 교수 내정...'한국판 나사' 내달 27일 출범
  9. 9北 “모의 핵탄두 싣고 쐈다”…계룡대 등 겨냥
  10. 10尹-李 영수회담 준비부터 삐걱…여야 의제도 신경전 격화
  1. 1‘분양 대어’ 내달부터 줄섰다…부산 부동산 활력소될까
  2. 2“부산~미야자키 하늘길 열자” 관광협회 간 결연
  3. 3市 ‘국제회의복합지구’ 국비 7억3000만 원 확보
  4. 4日 골든위크에 中 노동절까지…해외손님 3만 명 부산 찾는다
  5. 5美 나홀로 호황…ETN 줄줄이 상장
  6. 6주식결제대금 하루 평균 2조 돌파
  7. 7주가지수- 2024년 4월 24일
  8. 8해운대·화명지구 정비 속도 붙는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본격 시행
  9. 9스터디카페 피해 최근 1년간 40% 급증…'환불 거부' 최다
  10. 10하이볼 인기에 '리큐르' 제조면허 23% 급증…맥주는 0.5%↑
  1. 1북항 ‘주거’ 난립 배경 밝힌다…칼 겨눈 檢에 긴장
  2. 2김해공항 국제선 확장터미널 26일 개장…혼잡 완화 기대
  3. 3남문 광장 1만 여㎡ 부전역 연계 개발…시민친화 공원 박차
  4. 4CCTV 늘리면 뭐하나…관제 인력난에 1명이 500대 맡아
  5. 5부산대어린이병원 응급실, 내달부터 야간진료 일부 중단
  6. 6특정공법 고집하고 일방 계약해지…강서구, 건설사에 억대 손배 물어야
  7. 7“위트컴 장군 조형물을 현충시설로” 국가차원서 관리 추진
  8. 8“법인설립 쉽게 해야 해외기업 온다” 주한美상의 회장, 부산에 건넨 조언
  9. 9테러·모욕에도 ‘중꺾마’…부산 소녀상 곁 100번째 외침
  10. 10935만명 찾은 ‘송상현광장’도 10주년, 관광투어버스 등 접근성 높이기 총력
  1. 1갑작스러운 대포 세례, 소총부대 롯데의 변신
  2. 2세팍타크로 입문 1년 만에 전국 3관왕 견인 ‘예비 국대’
  3. 3울산 전국생활체육대축전 25일 개막
  4. 4부산체육회·중국 하이커우시, 청소년 스포츠교류 업무협약
  5. 5김하성 11경기 만에 멀티히트
  6. 6한국 육상 남자400m 계주 올림픽 진출 노린다
  7. 7파리행 길목서 한국 축구 레전드가 맞붙는다
  8. 8오재원 두산 후배들 협박 수면제 대리처방
  9. 9노장 김한별 농구 마감…BNK 은퇴선수 공시
  10. 10부산, 대한축구협회장배 장년부 우승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걷기축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