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62> 고려 후기 문신 민사평이 고사리 캐러 가는 내용을 읊은 시

고사리 캐러 갠 날 집 뒷산에 오른다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4-07 18:53:37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採蕨晴登屋上山·채궐청등옥상산

벼슬에서 물러난 뒤 몇 년간 날마다 한가한데(就第年來日日閑·취제년래일일한)/ 벼슬길에서 파란이 많아 아직도 놀란다네.(尙驚宦海足波瀾·상경환해족파란)/ 물고기를 낚으러 울타리 옆 바위에 고요히 앉아 있고(釣魚靜坐籬邊石·조어정좌리변석)/ 갠 날이면 고사리 채취하러 집 뒤 산에 오른다네.(採蕨晴登屋上山·채궐청등옥상산)

위 시는 고려 후기 문신인 급암(及菴) 민사평(閔思平·1295~1359)의 ‘어떤 이에게 주다’(有贈·유증)로, 그의 문집인 ‘급암집(及菴集)’ 권3에 들어 있다. 칠언율시이나 앞 4구만 인용했다. 충숙왕 때 문과에 급제한 그는 성균대사성·감찰대부·찬성사상의회의도감사(贊成事商議會議都監事) 등을 지냈으며, 이제현·정자후 등과 함께 문명(文名)이 높았다.

그러던 그가 첫 구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 몇 년 동안 날마다 한가한데’라고 읊은 이유는 무엇일까? 공민왕이 즉위하자 민사평은 면직됐던 것이다. 요즘 말로 소위 ‘백수’가 되어 집에서 한가하게 지낸다는 뜻이다. 당시에도 벼슬살이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둘째 구에서 ‘벼슬길에서 파란이 많아 아직도 놀란다네’라고 하지 않는가. 성품이 온화하여 벗이나 친척과 화목하게 잘 지냈고, 관직에 있을 때도 모나지 않게 일을 처리했다는 평을 들은 그였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벼슬에서 물러나니 마음은 편했으리라. 물고기 낚고 날씨 좋은 날이면 산에 고사리를 꺾으러 올라갔다.

필자 역시 어제 아침 날씨가 맑아 해 뜨자마자 집 뒤 차산에 고사리를 꺾으러 올라갔다. 비가 계속 내리다 날씨가 맑고 기온이 올라서인지 고사리가 쑤욱 올라왔다. 벌써 피어버린 고사리도 있었다. 두릅도 어떤 것은 너무 커져 있었다. 낫으로 가시를 베어내는 등 여러 일을 하며 고사리를 채취하다 보니 속도가 느렸다. 땀이 너무 많이 나 내려왔다 오후에 다시 가 고사리를 더 꺾었다.

그러고 보니 고사리를 처음 채취하는 사람은 고사리를 어느 지점에서 따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고사리 아래를 잡고 손으로 쭈욱 올리면 절로 “톡”하고 꺾이는 지점이 있다.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눈대중으로 꺾을 수 있다. 그런데 산 곳곳에 멧돼지가 칡을 캐 먹는다고 판 커다란 구덩이가 너무 많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
  2. 2[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3. 3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4. 4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5. 5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6. 6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7. 7[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8. 8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9. 9트럼프 “이란과 대화 중…전쟁에 쓴 돈 베네수서 만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1. 1[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2. 2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3. 3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4. 4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5. 5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8. 8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9. 9[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10. 10[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1. 1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
  2. 2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3. 3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4. 4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5. 5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7. 7‘바이낸스’ 8조원대 해킹에 거래소들 보안 점검
  8. 8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9. 9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10. 10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 1[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2. 2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3. 3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4. 4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5. 5[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6. 6홍대서 ‘마약 사탕’ 신고…경찰 확인 결과 오인신고
  7. 7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8. 8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9. 9[속보] 日여성 살해 30대 남성…성범죄 목적 가능성도 수사
  10. 10“나 감방서 나왔다”…출소 나흘 만에 또 스토킹한 60대 징역형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