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65> 머리에 꽃 꽂았지만 쓸쓸한 마음 감추지 못한 손곡 이달

허연 머리가 꽃처럼 아름답지 못하네(白頭不與花相好·백두불여화상호)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4-16 18:53:03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봄바람 역시 공정한 도가 없으니(東風亦是無公道·동풍역시무공도)/ 온 나무에 꽃이 피었건만 사람만 늙었네.(萬樹花開人獨老·만수화개인독노)/ 억지로 꽃가지 꺾어 흰 머리에 꽂으니(强折花枝揷白頭·강절화지삽백두)/ 허연 머리가 꽃처럼 아름답지 못하네.(白頭不與花相好·백두불여화상호)

위 시는 조선 중기 시인 손곡(蓀谷) 이달(李達·1539~1612)의 ‘꽃을 마주하고 늙음에 탄식하네’(對花嘆老·대화탄로)로, 그의 문집인 ‘손곡집(蓀谷集)’ 권6에 수록돼 있다.

첫 구 표현에 담긴 뜻이 재미있다. 봄바람은 만물에 생기를 준다. 만물에 새 생명이 다시 살아나게 한다. 흔한 말로 봄바람이 만물을 회춘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봄바람이 공평하지 않다. 유독 사람만 회춘시켜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나이 든 사람이 머리에 꽃을 꽂는다 하여 젊음이 돌아오지 않는다.

시인 이달이 쑥스럽게 꽃을 꺾어 머리에 꽂아 본다. 춘흥(春興)이다. 그런데 고목에 꽃이 핀 듯 스스로 민망한 감정이 든다. 장삼이사 대부분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세월을 어찌 탓할까마는, 슬픈 장면이다. 시인인 이달은 결국 비감에 젖고 만다. 화개 십 리 벚꽃이 만개하였을 때 많은 사람이 찾아와 즐겼다. 나이 든 분들도 머리에 꽃을 꽂고 예쁘게 웃으며 사진 찍는 것을 보았다. 마음만은 청춘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예쁜 꽃을 꽂은들, 그 자체가 꽃인 젊은이들과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서거정(徐居正·1420~1488)은 ‘꽃을 마주하고 시를 짓다’(對花有吟·대화유음)에서 “꽃가지 꺾어 허연 머리에 꽂았지만(爲折花枝簪白髮·위절화지잠백발)/ 꽃은 노인의 머리에 오른 것 창피해하리라.(花應羞上老人頭·화응수상노인두)”라고 읊었다. 꽃이 창피해하든 말든 나이에 상관없이 머리에 꽃을 꽂아보자. 그 순간만은 절로 청춘으로 돌아간다. 기쁨이 샘솟는다.

필자도 얼마 전 차산에서 낫으로 풀을 베다 모과나무에 핀 꽃을 꺾어 머리에 꽂고 원두막에 한참 앉아 있었다. 흰머리가 대부분인 필자 역시 꽃을 꽂았지만 쓸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언제 이렇게 나이 들었는가 싶었다. 물론 지역 어르신들에 비하면 필자는 아직 청춘이지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8. 8“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9. 9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2. 2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3. 3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4. 4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5. 5민주·혁신 합당론 재부상…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6. 6‘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7. 7국회 최다선 국힘 조경태 의원, 국제신문 회생 노력 지지하고 지광 스님에게 회생 동의 촉구
  8. 8李대통령 “경제 뚜렷한 회복세…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9. 9北 해커, 비트코인만 1만8270개(약 1조8701억원 ) 훔쳤다
  10. 10“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5월에 놓친 근로·자녀장려금, 다음 달 1일까지 신청 가능
  6. 6[뭐라노] 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
  7. 7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8. 8김장철 앞두고 배추 등 원산지 속이면 7년 이하 징역
  9. 9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10. 10에어부산, 부산~광저우 신규 취항 특가… 편도 14만9900원부터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6. 6“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7. 7광주 ‘통합’·부산 ‘연합’…영호남 시민단체, 초광역 상생 대안 모색
  8. 8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9. 9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10. 10[속보] 철원 육군 전방부대서 20대 하사 숨진 채 발견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