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67> 탁영 김일손이 일두 정여창과 섬진강변에서 노닐며 읊은 시

한가한 구름은 자취 없이 두류산을 스쳐 지나가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4-23 18:32:58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閒雲無迹過頭流·한운무적과두류

푸른 물결 넓디넓은데 노 젓는 소리 부드럽고(滄波萬頃櫓聲柔·창파만경노성유)/ 소매 가득 맑은 바람 도리어 가을인 듯하네.(滿袖淸風却似秋·만수청풍각사추)/ 고개 돌려 다시 보아도 (지리산) 진면목이 아름다운데(回首更看眞面好·회수갱간진면호)/ 한가한 구름은 자취 없이 두류산을 스쳐 지나가네.(閒雲無迹過頭流·한운무적과두류)

위 시는 조선 중기 문신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1464~1498)의 ‘백욱 정여창과 함께 두류산을 유람하고 돌아와 악양호에서 뱃놀이하다’(與鄭伯勖汝昌同遊頭流 歸泛岳陽湖)’로, 그의 문집인 ‘탁영집속(濯纓集續)’에 있다. ‘두류시(頭流詩)’로도 알려졌다. ‘백욱(伯勖)’은 정여창(鄭汝昌·1450~1504)의 자(字)다.

김일손은 1489년(성종 20) 4월 14~28일 15일 동안 정여창과 지리산을 유람하였다. 지리산을 내려와 김일손이 “큰 산을 둘러보았으니 악양으로 가 큰 강물을 보고 싶다”고 하였다. 정여창은 거처가 있는 하동군 악양으로 가며 ‘두류산을 유람하고 화개현에 도착하여 지음’(遊頭流山到花開縣作·유두류산도화개현작) 또는 ‘악양(岳陽)’이란 시를 지었다. 김일손의 위 시는 정여창의 그 시에 차운한 작품으로, 섬진강에서 느낀 봄 정취와 지리산의 웅장한 자태를 읊고 있다.

김일손은 점필재 김종직의 문인으로 무오사화 때 희생됐다. 두류(頭流)는 지리산의 별칭이다. 첫 구에서 넓은 물에 배 띄우고 노닐며 느낀 감정을 묘사했다. 둘째 구에서 동정호에 부는 시원한 바람을 읊었다. 셋째 구에서 유람하고 돌아온 지리산을 뒤돌아보며 그 아름다움을 노래했고, 결구인 넷째 구에서는 한가한 구름이 스쳐 지나는 지리산 모습을 드러내었다.

동정호는 섬진강변에 있다. 신록이 짙어가는 요즘 섬진강 물색은 조금 진한 연두색이다. 사시사철 섬진강을 보며 물색은 언제나 계절의 색과 같다는 걸 느낀다. 어제 하동읍내에서 화개로 오면서 섬진강 물색이 좋아 한참 보았다. 동정호 물빛도 섬진강 물색이었다. 김일손과 정여창이 이곳에서 노닐던 모습이 상상되었다. 해질 무렵 섬진강변에서 첩첩의 지리산을 보면 그 광경은 웅장하고 아름답다. 황홀하기까지 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텐퍼센트’도 뽑혔다…부산 미래 이끌 서비스 강소기업 10곳
  2. 2“폐업할 돈 없어 적자에도 문 연다” 좀비가 된 자영업자들
  3. 3대연터널 ‘꾀·끼·깡·꼴·끈’ 황당 문구…전국적 조롱거리(종합)
  4. 4해운대구 좌동 그린시티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될 수 있다
  5. 5연산교차로 명소화 120억 등 대형사업 돈 어디서 구하나
  6. 6‘친문’주류 부산 민주당 지역위원장직에 ‘친명’ 도전장
  7. 7포스코 부산대 지고 서울대 뜨고
  8. 8수산대 졸업한 사천 청년, 팔라우 국가 경제 초석 다지다
  9. 9부산 시내버스 음주 운전, 승객 신고에 덜미
  10. 10HJ重, 친환경 컨선 2척 동시명명식…상선 기술력 입증
  1. 1‘친문’주류 부산 민주당 지역위원장직에 ‘친명’ 도전장
  2. 2노무현 서거 15주기…여야 인사 봉하 집결
  3. 3한·일·중 정상회의 4년 5개월 만에 개최…26, 27일 서울서(종합)
  4. 4조국혁신당 조직 재정비…‘당원 늘리기’ 초점
  5. 522대 국회,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국조할까
  6. 6[속보]한중일 정상회의 4년5개월 만에 26일 서울에서 개최
  7. 7尹,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정국 급랭
  8. 8親文, '노무현 추도식' 앞두고 회고록 논란에 뒤숭숭
  9. 9與 중진 긴급소집 “특검법 부결이 당론” 본회의 총동원령
  10. 10총선 당선인 1인당 평균재산 33억여 원
  1. 1‘텐퍼센트’도 뽑혔다…부산 미래 이끌 서비스 강소기업 10곳
  2. 2“폐업할 돈 없어 적자에도 문 연다” 좀비가 된 자영업자들
  3. 3포스코 부산대 지고 서울대 뜨고
  4. 4HJ重, 친환경 컨선 2척 동시명명식…상선 기술력 입증
  5. 5대한항공 부산 테크센터, 공군 공중급유기 첫 창정비
  6. 6고물가, 집값 하락…부산 가계소비 회복세 둔화될 듯
  7. 7빚더미 앉은 부산 소상공인들…신보 올해만 697억 대신 갚아
  8. 8때 이른 더위에…유통·호텔가 ‘쿨 마케팅’
  9. 9최금식 선보공업 회장, 금탑산업훈장 받아
  10. 10기준금리 3.5% 동결
  1. 1대연터널 ‘꾀·끼·깡·꼴·끈’ 황당 문구…전국적 조롱거리(종합)
  2. 2해운대구 좌동 그린시티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 될 수 있다
  3. 3연산교차로 명소화 120억 등 대형사업 돈 어디서 구하나
  4. 4부산 시내버스 음주 운전, 승객 신고에 덜미
  5. 5김호중,영장심사 연기 신청…법원 기각
  6. 6“이혼한 뒤에라도 혼인무효 가능” 대법 40년 만에 판례 뒤집었다
  7. 7부산시, 유엔투어리즘과 협업…글로벌 허브도시 기반 다진다
  8. 8'출소 3년 만에 또'…내연녀 남편 살해한 50대 항소심서도 무기징역
  9. 93년간 양육비 안 준 父…부산에서도 유죄 선고
  10. 10美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미디어 전공학부 방문단, 국제신문 다큐제작 등 견학
  1. 1롯데 ‘안방마님’ 장타력이 살아난다
  2. 2통영동원로얄컨트리클럽- 순금 상패·현금 등 홀인원 이벤트…사계절 라운딩의 재미 배가
  3. 3낙동중 2년 만에 소년체전 부산대표로
  4. 4흙신 나달 롤랑가로스서 ‘유종의 미’
  5. 5레버쿠젠 불패행진 저지한 아탈란타
  6. 6양산동원로얄컨트리클럽- 우람한 산세·부드러운 코스의 조화…그린 넓어 ‘백돌이’도 OK
  7. 7부산컨트리클럽- 울창한 수목으로 홀마다 색다른 분위기…회원 1060명 명문클럽
  8. 8기장동원로얄컨트리클럽- 개성 있는 9홀서 다이내믹 플레이…새벽부터 밤까지 나이스 샷
  9. 9실외 골프연습장 파디글스- 첨단장비와 엄격한 시설 관리…150야드 비거리에 벙커연습장도
  10. 10목포 소년체전 25일 팡파르…부산 금 20개 안팎 목표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