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68> 당나라 시인 유우석이 모란을 두고 술 마시며 읊은 시

그대 같은 노인네를 위해 핀 것이 아니에요(不爲老人開·불위노인개)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4-28 18:48:47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늘 (모란)꽃을 앞에 두고 술을 마시는데(今日花前飮·금일화전음)/ 기분 좋아 여러 잔을 마시니 취하누나.(甘心醉數杯·감심취수배)/ 단지 걱정되는 건 꽃이 말하는 것이니(但愁花有語·단수화유어)/ 그대 같은 노인네를 위해 핀 것이 아니에요.(不爲老人開·불위노인개)

위 시는 당나라 시인인 유우석(劉禹錫·772~842)의 ‘모란을 보며 술을 마시네’(飮酒看牡丹·음주간모란)로, 그의 문집인 ‘유몽득문집(劉夢得文集)’에 들어있다.

시 내용이 아주 재미있다. 이런 시를 직설적으로 해석한다면 원래의 시가 가진 풍부한 감성이 줄어든다. 첫 구에서 ‘모란꽃을 앞에 두고 술을 마신다’는 행위 자체가 시인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 모란꽃이 가진 의미와 상징성을 다 읽을 수 있는 감정이 있어야 한다. 모란은 부의 상징이자 ‘가장 사랑하는 꽃’(最愛·최애)’이다. 성리학 기초를 닦아 주자로 불리는 주돈이는 시 ‘연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네’(愛蓮說·애련설)에서 “세상 사람들은 모란꽃을 아주 사랑한다네”(世人甚愛牧丹·세인심애목단)라고 읊었다.

둘째 구에서 ‘기분 좋아 술을 여러 잔 마시니 취한다’는 시구(詩句)도 해학적이지만 깊은 뜻이 있다. 시인이 모란꽃을 보며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바란 것은 아닐 터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온 천하 사람이 부유하고 행복하다는 걸 상상한다면 시인은 기분 좋을 것이다. 필자는 ‘甘心(감심)’을 그렇게 해석했다.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부자가 돼 행복하게 산다면 시인 입장에서 술이 취한들 어떠랴.

셋째 넷째 구가 압권이다. 내가 꽃을 피우는 건 당신 같은 늙은이를 위한 것이 아니랍니다. 물론 시인이 상상했다. 자신처럼 초라한(?) 사람보다는 더 많은 사람에게 ‘부(富)’를 나눠 주라는 의미도 행간에 담겼다.

어제 함께 공부하는 분들과 지리산 남부 끄트머리에 우뚝 솟아 악양 들판과 섬진강을 굽어보는 형제봉(1116m)으로 등산을 갔다. 산에서 내려오는데 길가에 자리한 집 화단에 모란꽃이 피어있었다. 악양의 지인 집에도 모란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들은 참이어서 반가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5. 5“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6. 6[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7. 7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8. 8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9. 9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10. 10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5. 5[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6. 6‘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7. 7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8. 8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9. 9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10. 10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 1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2. 2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8. 8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한국전자칠판디스플레이협동조합 ‘역량강화 워크숍’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3. 3[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4. 4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5. 5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8. 8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