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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72> 학문 연마하던 곳 찾아 스승 추억한 18세기 문사 정중기

산에 있는 서사를 다시 찾으니 감회가 깊어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5-19 18:33:0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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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重尋山社感懷湥·중심산사감회돌

산에 있는 서사를 다시 찾으니 감회가 깊어(重尋山社感懷湥·중심산사감회돌) / 옛 것이라곤 고목의 그늘만 남아있네.(舊物惟存老樹陰·구물유존로수음) / 남기신 저술 함께 안고 부지런히 교감하는데(共抱遺編勤校檢·공포유편근교검) / 훌륭한 그대들 (스승님을) 사모하는 마음 먼저 품네.(多君先獲慕賢心·다군선획모현심)

위 시는 18세기에 주로 활동한 경북 영천 출신 문사 매산(梅山) 정중기(鄭重器·1685~1757)의 ‘고산서사에서 여러 벗들과 모여 스승님의 예(禮) 관련 원고를 수정하면서 절구 한 수를 읊어 보여주다’(高山書舍會諸友 修整師門禮稿 遂吟一絶以示·고산서사회제우 수정사문예고 수음일절이시)로, 그의 문집 ‘매산집(梅山集)’ 권2에 있다.

정중기가 67세 때인 1751년 지은 시이다. 그는 58세에 결성현감을 끝으로 모든 벼슬에서 물러났다. 그 후에도 여러 벼슬에 임명되었으나 번번이 사직소를 올리고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노년기에는 학문에 몰두하고 후학을 가르치고자 하였다. 정중기는 어릴 때 부친의 가르침으로 공부 기본을 다진 뒤 11세 때 보현산 자락에 은거해 학문에 매진하던 훈수 정만양·지수 정규양 두 선생에게서 학문을 익혔다. 1730년 스승 훈수가, 1732년 스승 지수가 세상을 버렸다.

그는 함께 공부하던 동문들과 스승의 원고를 교열·정리했다. 위 시는 그때 감회를 읊었다. 젊었을 적 공부하던 고산서사에 스승이 없어 글 읽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다만 공부할 때도 있던 오래된 나무의 그늘만이 그대로였다. 동문들과 스승의 저술을 함께 교감하니, 자신보다 동문들이 스승을 기리는 마음이 앞서고 컸던 것이다.

며칠 전 필자는 전남 구례군 문척면 초동서사(草洞書舍)를 찾았다. 초동서사는 한학자 겸산 안병탁(1904~1994) 선생이 후학을 양성한 곳이다. 선생은 38년 동안 1000여 명 제자를 배출했다고 한다. 선생은 가시고 없지만 제자들이 해마다 음력 3월 17일 제향하고 있다. 초동서사를 찾는 제자들은 정중기와 같은 마음으로 스승을 사모할 것이다. 겸산 선생을 어렴풋이 기억하는 필자는 그의 문하는 아니지만 숙연한 마음으로 추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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