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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74> 선조 때 금계 노인(魯認)이 명나라에서 지은 석류꽃 시

수면에 붉음 더해지니 새 단장 빛나고(紅添鏡面新粧躍·홍첨경면신장약)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5-26 18:42:3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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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향기로운 바람 오월에 불어오니(一縷香風五月吹·일루향풍오월취)/ 그림처럼 어여쁜 자태 연못에 비치누나.(芳姿如畵暎方池·방자여화영방지)/ 수면에 붉음 더해지니 새 단장 빛나고(紅添鏡面新粧躍·홍첨경면신장약)/ 문방에 광채 일렁이니 농염한 자태 기이하네.(光動文房絶艶奇·광동문방절염기)/ 누가 이 꽃을 학궁 가까이 옮겨 심게 해(誰使此花移近學·수사차화이근학)/ 시인으로 하여금 좋은 시를 짓도록 하는가?(更敎騷客助工詩·갱교소객조공시)/ 활짝 핀 꽃송이는 술동이 앞서 웃는 듯하니(繁英似向尊前笑·번영사향존전소)/ 시 읊는 흥취는 본디 조물주만 알리라.(吟興元來造物知·음흥원래조물지)

위 시는 조선 선조 때 시인인 금계(錦溪) 노인(魯認·1566~1622)의 ‘유화(榴花)’로, 그의 일기인 ‘금계일기(錦溪日記)’ 선조 32년(1599년) 5월 28일 자에 들어있다. 본 연재 <57>회에도 노인에 대해 썼다.

그는 정유재란 때 남원에서 왜병에 맞서 싸우다 포로가 돼 일본에 끌려갔다. 3년간 억류됐다가 중국 명나라로 탈출해 1599년 귀국하였다. 위 시는 그가 명나라 복건성에 머물 때 지었다. 그곳에서 황대진이라는 사람의 집 담장에 핀 석류꽃을 보고 그와 필담을 나누었다.

연못에 비친 붉은 석류꽃이 거울을 보고 단장하는 여인 같으며, 꽃이 비친 물그림자가 문방에까지 너울거리는 광경을 읊었다. ‘학궁(學宮)’은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인 황대진을 묘사했다. ‘소객(騷客)’은 시인과 문사를 일컫는 말로, 중국 초나라 굴원이 지은 ‘이소부(離騷賦)’에서 나왔다. 두 사람은 이별을 앞두고 술잔을 기울이며 석류꽃을 주제로 시를 주고받았다. 석류꽃은 이란이 원산지다. 중국 한나라 때 장건이 안석국(安石國), 즉 이란에 사신으로 갔다가 들여왔다 하여 ‘안석류’라 한 데서 ‘석류’가 유래했다고 한다.

엊그제 고전 공부하는 분들과 하동 서재마을 남곡(南谷) 여기성(余己星·76) 선생 집인 고죽당(古竹堂)에서 모임을 가졌다. 남곡 선생님은 손님에게 나눠주려고 집 뒤 대밭에서 죽순을 캐셨다. 필자는 그 뒤를 따라 들어가다가 대밭 입구에 붉게 핀 석류꽃을 보았다. 붉은 석류꽃이 눈에 확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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