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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79> 지인의 딸이 죽자 애도시를 읊은 이계(李烓)

빈 산에서 먼지가 되게 다 묻어버리네(一任空山化作塵·일임공산화작진)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6-11 18:35:38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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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가던 날 입었던 옷은 거의 새것이니(嫁日衣裳半是新·가일의상반시신)/ 상자 열어 살펴보니 마음 다시 아프네.(開箱點檢却傷神·개상점검각상신)/ 평생 애지중지하던 패물을 모두 보내(平生玩好俱資送·평생완호구자송)/ 빈 산에서 먼지가 되도록 다 묻어버리네.(一任空山化作塵·일임공산화작진)

위 시는 이계(李烓·1603~1642)의 작품으로, ‘시평보유(時評補遺)’에 들어있다. ‘시평보유’는 조선 후기 문신·학자인 홍만종(1643~1725)이 ‘소화시평(小華時評)’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저술한 평론집이다.

이계는 효령대군 8대손으로, 1621년 정시문과에 급제해 여러 관직을 거쳤다. 1641년 말 선천부사로 있을 때 명나라 상선과 밀무역하였다는 죄를 입어 이듬해 참수당하였다. ‘시평보유’도 밝히고 있듯 그는 시재(詩才)가 아주 뛰어났다. 이계가 감사 유 아무개의 죽은 딸을 위해 지은 위의 만시(輓詩)를 읽으면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도 마음이 아프다.

옛 여성은 시집갈 때 입고 간 옷을 평생 고이 보관했다. 위 시의 여성이 시집간 지 몇 해 만에 죽었는지 알 수 없지만 옷이 모두 새것이었다. 시집갈 때 받은 패물도 모두 묻어버렸다.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의 심정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한다. “가슴에 자식을 묻는다”고 하지만, 그게 어떤 정도인지 자식을 먼저 보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다고 한다. 필자 선친의 시집 ‘영원의 기록’에 보면 먼저 보낸 둘째아들을 평생 그리워하고 가슴 아파했음이 잘 표현돼 있다. 최근 지인의 시집간 딸이 갑자기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들었다. 만시라도 지어 보내련만, 시대가 다르니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어른들은 “오래 살다 보면 좋은 일도 많이 보지만 험한 꼴도 많이 겪는다”고 말씀하신다. 딸을 잃은 지인도 그에 해당되리라.

재작년에 미혼의 딸을 잃은 다른 지인은 술만 한잔하면 운다고 했다. 일부러 울고자 하는 건 아닌데 자신도 모르게 딸 생각이 절로 나 눈물이 나는 모양이었다. 사람이 짐승이 아닌 바에야 모두 여리고 약한 마음이 있다. 나이 들수록 가장 약한 고리가 자식 아닐까. 지인의 딸의 죽음에 삼가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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