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82> 지리산 암자의 일상을 시로 읊은 처능 스님

노승은 삽으로 차나무를 심네(老僧將鍤種新茶·노승장삽종신차)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6-23 18:40:14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봄 되자 그윽한 흥 한껏 더해져(春來幽興十分加·춘래유흥십분가) / 옛 노래 백설가를 큰 소리로 부르네.(古調誰知白雪歌·고조수지백설가)/ 동자는 땔나무 지고 와 고사리 삶고(童子荷薪烹早蕨·동자하신팽조궐)/ 노승은 삽으로 차나무를 심네.(老僧將鍤種新茶·노승장삽종신차)/ 평상의 베개 높이 베니 물소리 멀어지고(床頭高枕水聲遠·상두고침수성원)/ 처마 끝 주렴 걷으니 산색 짙네(簷角卷簾山色多·첨각권렴산색다)/ 뜰은 깊고 깊어 잠 이루지 못하고(庭院深深入不寐·정원심심입불매)/ 섬돌 가득 꽃 그림자만 비껴 있네.(滿階花影自橫斜·만계화영자횡사)

위 시는 백곡 처능(白谷處能·1617~1680) 스님의 ‘봄날에 임 스님에게 보내다’(春日寄林師·춘일기임사)로 그의 문집인 ‘대각등계집(大覺登階集)’ 권1에 있다. 지금은 여름이고 위 시의 계절은 봄이다. 위 시를 택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고사리를 꺾어 와 삶는 일과 차(茶) 관련된 일을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처능 스님이 목압서사 바로 옆 쌍계사에서 오랫동안 공부했기 때문이다.

3행을 보면 동자가 땔나무 해 오면서 고사리를 뜯어 온 것 같다. 뜯어 온 고사리를 삶는다. 고사리를 삶는 이유는 고사리 안에 있는 독성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이곳 화개에는 어느 식당을 가든 1년 내내 고사리를 무친 나물이 나온다. 고사리가 많이 나기도 하지만 골짜기가 깊고 높은 산에서 꺾어 좋다고 소문 나 있다. 고사리만 뜯어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집들이 있을 정도이다.

4행의 노승은 처능 스님 자신일 게다. 이 골짜기 사람들은 가을에 차나무에 열리는 차 씨를 따 봄에 심는다. 요즘은 화개장터에서 작은 화분에 차 싹을 틔워 판다. 처능 스님이 위 시를 지은 공간은 작은 암자인 것 같다. 쌍계사에 딸린 인근 암자로 불일폭포 위 불일암과 목압서사 위쪽 국사암이 있다. 모두 속세와 먼 지리산 높은 곳에 있다. 7행에서는 산이 깊어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상황을 묘사한다. 필자는 목압서사 연빙재(淵氷齋)에서 이 원고를 쓰는 내내 2년 전 만든 발효차를 마셨다. 어제는 섬진강변 부춘다원에서 ‘차사랑’ 차회(茶會)를 했다. 이곳에서는 정말 다반사로 차를 마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7. 7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8. 8[사설]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9. 9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6. 6젤렌스키 또 북한·한국 언급, 러, 北에 제트추진 드론 기술도 공유한 듯"
  7. 7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8. 8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9. 9국힘 "北 지뢰 안치우면 우리 군이 치우겠다니, 이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
  10. 10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1. 1‘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2. 2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5. 5전남 시·군 절반 이상이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다 못 써.. '실수요 고려 필요'
  6. 6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7. 7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8. 8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9. 9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10. 10‘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2. 2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9. 9[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10. 10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