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되자 그윽한 흥 한껏 더해져(春來幽興十分加·춘래유흥십분가) / 옛 노래 백설가를 큰 소리로 부르네.(古調誰知白雪歌·고조수지백설가)/ 동자는 땔나무 지고 와 고사리 삶고(童子荷薪烹早蕨·동자하신팽조궐)/ 노승은 삽으로 차나무를 심네.(老僧將鍤種新茶·노승장삽종신차)/ 평상의 베개 높이 베니 물소리 멀어지고(床頭高枕水聲遠·상두고침수성원)/ 처마 끝 주렴 걷으니 산색 짙네(簷角卷簾山色多·첨각권렴산색다)/ 뜰은 깊고 깊어 잠 이루지 못하고(庭院深深入不寐·정원심심입불매)/ 섬돌 가득 꽃 그림자만 비껴 있네.(滿階花影自橫斜·만계화영자횡사)
위 시는 백곡 처능(白谷處能·1617~1680) 스님의 ‘봄날에 임 스님에게 보내다’(春日寄林師·춘일기임사)로 그의 문집인 ‘대각등계집(大覺登階集)’ 권1에 있다. 지금은 여름이고 위 시의 계절은 봄이다. 위 시를 택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고사리를 꺾어 와 삶는 일과 차(茶) 관련된 일을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처능 스님이 목압서사 바로 옆 쌍계사에서 오랫동안 공부했기 때문이다.
3행을 보면 동자가 땔나무 해 오면서 고사리를 뜯어 온 것 같다. 뜯어 온 고사리를 삶는다. 고사리를 삶는 이유는 고사리 안에 있는 독성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이곳 화개에는 어느 식당을 가든 1년 내내 고사리를 무친 나물이 나온다. 고사리가 많이 나기도 하지만 골짜기가 깊고 높은 산에서 꺾어 좋다고 소문 나 있다. 고사리만 뜯어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집들이 있을 정도이다.
4행의 노승은 처능 스님 자신일 게다. 이 골짜기 사람들은 가을에 차나무에 열리는 차 씨를 따 봄에 심는다. 요즘은 화개장터에서 작은 화분에 차 싹을 틔워 판다. 처능 스님이 위 시를 지은 공간은 작은 암자인 것 같다. 쌍계사에 딸린 인근 암자로 불일폭포 위 불일암과 목압서사 위쪽 국사암이 있다. 모두 속세와 먼 지리산 높은 곳에 있다. 7행에서는 산이 깊어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상황을 묘사한다. 필자는 목압서사 연빙재(淵氷齋)에서 이 원고를 쓰는 내내 2년 전 만든 발효차를 마셨다. 어제는 섬진강변 부춘다원에서 ‘차사랑’ 차회(茶會)를 했다. 이곳에서는 정말 다반사로 차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