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85> 비 내리는 산의 풍경을 시로 읊은 원나라 시인 황공망

돌 많은 길 짧은 지팡이로 어떻게 올라오셨을까?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7-02 18:19:09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石徑何來駐短笻·석경하래주단공

비 내리니 원근의 봉우리 자욱이 잠기고(雨氣薰薰遠近峰·우기훈훈원근봉)/ 긴 숲은 목욕하듯 저녁노을 짙어지네.(長林如沐晩烟濃·장림여목만연농)/ 저기 폭포 쏟아지고 종소리 아련한 데(飛流遙落疏鍾斷·비류요락소종단)/ 돌 많은 길 짧은 지팡이로 어찌 올라오셨을까?(石徑何來駐短笻·석경하래주단공)

위 시는 중국 원나라 시인 황공망(黃公望·1269~1354)의 ‘여름 산의 안개비’(夏山烟雨·하산연우)로, ‘제이성소화십책(題李成所畫十冊)’ 가운데 첫째 그림에 붙인 시이다. 그는 예찬·오진·왕몽과 더불어 중국 원나라 시대 ‘4대 화가’로 꼽힌다. 황공망은 서법과 음률, 시문 등에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절강성 전당강(錢唐江) 상류 부춘강(富春江)을 배경으로 그린 ‘부춘산거도(富春山居圖)’는 역대 산수화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공망은 자욱하게 내리는 안개비 속에 잠긴 여름 산 그림을 보고 시를 지었다. 마치 그가 그림의 풍경 속에 들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처럼 생생히 묘사한다. 제4구는 그림 속 도사 모습을 두고 읊은 것이다. 시인이 그림 속에서 올라온 도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한다.

지난 주말 비가 엄청 퍼부었다. 목압서사가 있는 지리산은 비가 내리지 않아도 새벽엔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는데, 비가 쏟아지니 산이 안개에 묻혀버렸다. 위 시의 이미지처럼 신비스런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세속의 그 어떤 것도 가미되지 않은 순수 자연의 느낌뿐이었다. 정말이지 도사들이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현관 앞 의자에 앉아 올 봄에 만든 녹차를 우려 마시며 마주한 산의 안개비를 감상하였다.

창고 옆에 제 집인 양 능청스럽게 사는 들고양이들도 비가 많이 내리니 마당에 나오지 않았다. 화단의 나리꽃과 봉선화가 비를 쫄딱 맞으며 서 있었다. 키 작은 감나무에 열린 대봉감 몇 개가 비에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매실은 마당에 여러 개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필자는 몸에 병만 많고 가진 게 별로 없다. 그렇지만 신선이 살아야 할 법한 산중에 살며 학인들과 공부하고 찾아오는 손님들과 차를 마시는 소박한 삶을 늘 감사하게 여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4. 4[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5. 5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9. 9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10. 10노르웨이 북극권 누빈 부산 청소년, 극지경험 공유의 場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7. 7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8. 8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9. 9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0. 10“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