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87> 맨드라미꽃을 시로 읊은 17세기 문사, 서계 박세당

수놈끼리 겨루어도 두 발톱 거만하게 세우지 않고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7-09 18:09:00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鬪雄未信矜雙踞·투웅미신긍쌍거

울타리 쪽의 뜰에 어둠이 밝아지려 하면(籬畔庭陰乍欲明·이반정음작욕명) / 시향에서는 응당 다시 닭 이름을 불렀으리라.(尸鄕應復擬呼名·시향응부치호명) / 수놈끼리 겨루어도 두 발톱 거만하게 세우지 않고(鬪雄未信矜雙踞·투웅미신긍쌍거)/ 꿈에서 깨면 오히려 한바탕 울음소리 보내오리라.(破夢還疑送一聲·파몽환의송일성)/ 학 머리에 있는 붉은 점과 많이 비슷하고(鶴頂點丹繁得似·학정점단번득사)/ 소쩍새가 토한 핏자국과 조금 견줄 만하구나.(鵑魂染血淺能爭·견혼염혈천능쟁)/ 봉선화와 양귀비는 질투를 그만두고(鳳仙鶯粟休相妬·봉선앵속휴상투)/ 저녁에 날 개었을 때 꼿꼿하게 선 모습 보게나.(看取亭亭立晩晴·간취정정립만청)

위 시는 박세당(朴世堂·1629~1703)의 ‘맨드라미꽃’(鷄冠花·계관화)으로, 그의 문집인 ‘서계집(西溪集)’ 권4에 들어있다.

위 시는 수탉 볏과 닮은 맨드라미를 비유와 은유를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맨드라미를 계관화라고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칠언율시이므로 1행과 2행을 수련이라고 한다. 수련의 ‘시향’은 중국 하남성 언사현(偃師縣) 서남쪽 신채진(新蔡鎭)에 있던 마을이다. 이곳에서 축계옹(祝鷄翁)이 1000여 마리 닭을 기르며 각기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가 닭의 이름을 부르면 그 말을 알아듣고 다가왔다고 한다.

맨드라미는 실제 닭과는 달리 서로 힘을 겨뤄도 발톱을 세우지 않는다. 또한 새벽에 잠에서 깨면 한바탕 울음소리를 보낼 듯하다. 붉은 빛깔은 학 머리 붉은 점과 비슷하고 피 토하며 우는 소쩍새의 핏자국과 견줄 만하다고 맨드라미의 속성을 잘 묘사한다. 7행·8행의 미련에서는 봉선화 양귀비가 붉은색을 자랑하지만 맨드라미에 상대가 안 되니 질투를 멈추라고 한다. 저녁에 날이 갠 햇살 속에 꼿꼿하게 선 맨드라미의 늠름한 모습을 보라고 시인은 지적한다.

예전에는 이맘때 어느 시골이든 길가에 맨드라미가 붉게 피어 있었다. 요즘에는 그 흔하던 맨드라미를 거의 볼 수 없다. 어릴 때 필자가 살던 집 마당에 맨드라미가 피면 신기해 만져보던 기억이 있다. 목압서사 돌담 아래 맨드라미가 있었는데 보이질 않는다. 다만 마당 화분에 심은 맨드라미가 꽃을 피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중동 바퀴벌레 부산에 터 잡았다…감만항에 바글바글
  2. 2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흐려져…가끔 비 내리는 곳도
  3. 3[속보]트럼프 노벨평화상 불발에 격앙 “8개 받았어야”
  4. 4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5. 51245회 로또 복권 1등 10명…당첨금 각 30억 651만 원씩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9.5원… 전주보다 1.3원 ↓
  7. 75t건설기계로 용접 작업자 들이받아 숨지게 한 무면허 운전자 징역 1년
  8. 8‘갑자기 와르르’ 대구 마트 천장 붕괴에 36명 다쳐
  9. 9푸틴과 손잡은 트럼프, 러시아 경유 공급키로…대러 제재 완화
  10. 10[속보] 서울서 지인 여성 찌르고 도주한 영국인, 9일 만에 영국서 검거
  1. 1與 “한동훈 딸 수사 덮었나”…법무장관 당시 수사개입 의혹 공세
  2. 2나경원 ‘젤렌스키 감사 서한’에 與 “매국”…나 “친북 정권”
  3. 3국힘 “李 대통령, 北 저자세 정동영 즉각 경질하라”
  4. 4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5. 5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6. 6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7. 7李대통령 “능력 안되면서 큰자리 요구하다 안 되니 내부 공격”
  8. 8‘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9. 9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10. 10李대통령 “우리 말과 글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
  1. 11245회 로또 복권 1등 10명…당첨금 각 30억 651만 원씩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9.5원… 전주보다 1.3원 ↓
  3. 3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4. 4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5. 5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6. 6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7. 7[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8. 8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9. 9‘극지해양 독후감’ 공모전 대상 고등부 김세형, 대학·일반부 하웅 씨
  10. 10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1. 1중동 바퀴벌레 부산에 터 잡았다…감만항에 바글바글
  2. 2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흐려져…가끔 비 내리는 곳도
  3. 35t건설기계로 용접 작업자 들이받아 숨지게 한 무면허 운전자 징역 1년
  4. 4‘갑자기 와르르’ 대구 마트 천장 붕괴에 36명 다쳐
  5. 5[속보] 서울서 지인 여성 찌르고 도주한 영국인, 9일 만에 영국서 검거
  6. 6천장 마감재 와르르…주방용품 판매 중 날벼락에 38명 부상(종합)
  7. 7[속보]법원 선처 받아 출소한 날 택시기사 얼굴에 주먹 휘두른 50대
  8. 8경찰, 대구 상가 천장 붕괴 사고 수사전담팀 구성…33명 투입
  9. 9[속보] 청주공항 이륙 전 승객 보조배터리에서 화재…인명피해 없어
  10. 10광양서 2천300L 등유 탱크에 작업자 깔려…1명 사망·1명 중상
  1. 1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2. 2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3. 3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4. 4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5. 5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6. 6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7. 7“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8. 8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9. 9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10. 10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