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93> 돌 틈 사이에 피어나는 패랭이꽃을 읊은 고려 때 정습명

아리따운 자태 촌로에게나 사랑받네(嬌態屬田翁·교태속전옹)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07-30 18:17:53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세상 사람들은 붉은 모란꽃을 좋아하여(世愛牧丹紅·세애목단홍)/ 뜰 안에 가득 심고서 가꾼다네.(栽培滿院中·재배만원중)/ 누가 알리오, 황량한 들판에(誰知荒草野·수지황초야)/ 역시 예쁜 꽃떨기가 있는 것을(亦有好花叢·역유호화총)/ 빛깔은 마을 못의 달에 비치고(色透村塘月·색투촌당월)/ 향기는 언덕 나무의 바람에 전하네.(香傳隴樹風·향전롱수풍)/ 땅이 외져 찾는 도련님들 드물어(地偏公子少·지편공자소)/ 아리따운 자태 촌로에게나 사랑받네.(嬌態屬田翁·교태속전옹)

위 시는 고려 시대 문사인 정습명(鄭襲明·1094~1150)의 ‘패랭이꽃’(石竹花·석죽화)으로, ‘동문선’ 권9에 수록돼 있다.

사람들은 예쁘고 귀한 꽃을 좋아한다. 뜰 에 복과 재물을 부른다는 모란꽃을 심고 가꾼다. 황량한 들판에 피는 패랭이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패랭이꽃도 꽃떨기가 예쁘고 향기도 있으나 찾는 사람이 드물다. 패랭이꽃의 아름다운 자태는 밭에서 일하는 촌로에게나 눈길을 받는다고 읊고 있다.

패랭이꽃을 한자로 석죽화라고 한다. 돌 틈에 피어나는데, 대나무 같은 줄기를 가진 꽃이라는 것이다. 왜 패랭이꽃이라 불릴까? 꽃을 뒤집어 보면 보부상 등이 쓰던 패랭이와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바위틈뿐만 아니라 어디든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오늘 아침 목압서사 담장 밖 길가 자그마한 화단을 손질하다 패랭이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그 화단에 피었던 접시꽃 나리꽃 등에만 눈길이 갔다. 패랭이꽃도 계속 피어있었지만 필자가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이다.

가끔 화개골의 펜션 등에 들른다. 그런 곳에 예쁘고 아름다운 외래종 꽃이 많다. “꽃이 예쁩니다. 무슨 꽃입니까?” 물으면, 뭐라 하는데 이름이 어려워 외우질 못한다. 그런데 펜션으로 오가는 주민들 집 담장 밖에 패랭이꽃이 피어있다. 하지만 패랭이꽃도 예전만큼 눈에 많이 뜨이지 않는 것 같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조선 시대 김홍도의 그림 ‘노란 고양이 나비를 희롱하다’(黃猫弄蝶·황묘롱접) 배경에 패랭이꽃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세상 이치가 이런 것인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너무 흔하면 주목을 그다지 받지 못하는 것인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3. 3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4. 4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7. 7[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8. 8‘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6. 6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7. 7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8. 8‘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9. 9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10. 10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8. 8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연구혁신 부문
  10. 10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3. 3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4. 4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5. 5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3. 3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4. 4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7. 7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8. 8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