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15> 궁촌을 가다 아낙네를 보고 시 읊은 고려 시대 김극기

웃으며 비녀 고치고 시냇물에 비춰 보네(笑整荊釵照柳溪·소정형채조류계)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10-27 18:52:44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푸른 이끼에 말발굽 젖는 외줄기 산길에(一逕靑苔濕馬蹄·일경청태습마제)/ 매미 소리 끊어졌다 이어졌다 길은 높고 낮네.(蟬聲斷續路高低·선성단속노고저)/ 가난한 시골의 아낙네는 오히려 생각이 많아(窮村婦女猶多思·궁촌부녀유다사)/ 웃으며 나무비녀 빗고 버들개울에 비춰보네.(笑整荊釵照柳溪·소정형채조류계)

위 시는 고려 시대의 시인인 노봉(老蜂) 김극기(金克己·1150?~1209?)의 ‘길을 가다 지음’(途中卽事·도중즉사)으로, 그의 문집인 ‘김거사집’(金居士集)에 있다. 고려 명종(明宗)조 문인으로 본관은 경주이다. ‘김거사집’은 1220년께 당시 집권자 최우(崔禹)의 명에 따라 김극기의 작품을 모아 한국문학사상 초유의 대규모인 135권으로 간행됐다.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다. ‘동문선’·‘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그의 시 260여 수가 남아 있고, 산문은 ‘동문선’·‘동인지문사륙(東人之文四六)’ 등에 60여 편이 남아 있다.

그는 인적 드문 산길을 가고 있다. 매미 소리가 끊어질 듯하면서도 이어진다. 외줄기 산길로 험하다. 인구수가 적고 잘 다니지 않았으니 당연히 길이 잘 나 있지 않았으리라. 궁벽한 산골 마을 근처를 지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 될 만큼 궁벽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 여인이 보인다. 행색이야 당연히 누추했을 게다. 시냇물에 머리를 감고 있었나 보다. 시인을 보곤 웃음으로 인사하며 나무 비녀로 단정히 머릴 빗는다. 살기 힘들었을 궁촌 여인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따뜻하다. 시인은 당시 농촌이나 농민 삶을 그대로 응시하는 시를 많이 남겼다.

김극기처럼 옛 시인은 길을 가다가 시를 더러 읊었다. 필자는 지금 800km의 길을 걷고 있다. 하루에 평균 25km 이상 길을 걸으며 산골 사람을 만났다. 여러 수의 졸시(拙詩)를 지었다. 물론 시적 대상은 고려나 조선 시대처럼 우리나라 상황은 아니다.

필자는 걷기를 좋아한다. 그리하여 ‘걷는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라고 느낀다. 이제 열흘 걸었다. 아직 3분의 1도 채 걷지 못했다. 평소 걸으며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새롭게 떠올리며 걷는다. 예상한 만큼 걸으며 더 많은 것을 생각해 사유의 넓이와 깊이를 더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3. 3[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4. 4[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5. 5[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6. 6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7. 7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8. 8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9. 9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10. 10"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1. 1[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2. 2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3. 3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4. 4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5. 5[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6. 6[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8. 8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9. 9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10. 10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3. 3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4. 4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5. 5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6. 6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7. 7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8. 8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9. 9‘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0. 10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1. 1‘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2. 2[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3. 3[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4. 4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5. 5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6. 6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7. 7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8. 8"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9. 9광주서 승합차·시내버스·오토바이 추돌…2명 경상
  10. 10이태원 참사 유족, 4주기 앞두고 진상규명 촉구…"책임자 처벌" 외치기도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