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서로운 산 기운은 바다로 들어가는데(山氣扶輿入海中·산기부여입해중)/ 일 년간 행역했는데 길이 다시 궁벽하네.(一年行役路還窮·일년행역로환궁)/남쪽 하늘가에서 부질없이 이소(離騷)를 읊조리며(楚天謾誦離騷體·초천만송리소체)/ 마음에는 천리마의 공 세울 생각 없다네.(心地曾無汗馬功·심지증무한마공)/ 집안 소식 가져올 가을 기러기는 아직 먼데(直北音書秋雁遠·직북음서추안원)/ 하동 촌락에선 저녁연기 모락모락 피어나네.(河東村落暮煙籠·하동촌락모연롱)/ 시절이 험하니 봉래산·방호산이 늘 생각나니(時危每憶蓬壺島·시위매억봉호도)/ 한 번 돛 높이 올려 만 리 바람 타고 떠나고 싶네.(一掛高帆萬里風·일괘고범만리풍)
위 시는 1620년께 천파(天坡) 오숙(吳䎘·1592~1634)이 경상남도 하동을 지나며 읊은 ‘하동의 길 위에서’(하동노상·河東路上)로, 그의 문집인 ‘천파집(天坡集)’ 권 1에 수록되어 있다. 집을 떠나 오래 지방을 행역하는 과정에서 오는 괴로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읊는다. 그가 순검사의 종사관으로 삼남을 순찰할 때 하동의 길을 지나면서 지었다. 집 떠난 지 오래돼 촌락에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를 보자 울컥 쓸쓸한 감정이 솟구친다.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산을 지나는 그는 행역의 고달픔을 잊고 싶어 신선이 사는 봉래산과 방호산을 그리워한다. 현실을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다. 방호산은 방장산의 다른 이름이다. 그는 하동 일대를 유람하며 많은 시를 남겼으며, 특히 기행시에 뛰어났다.
필자는 어제(11월 26일) 산티아고 순례길(800km) 공식 루트인 프랑스 생장~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를 마쳤다. 지난 10월 18일 피레네산맥을 넘은 지 40일 만이다. 필자는 콤포스텔라에서 대서양과 만나는 피스테라까지 갔다가 리스본으로 간다. 2016년 겨울에 마지막으로 리스본에 다녀왔다. 리스본에 애정을 가지는 이유는 대서양 바다에 남편을 잃은 여인들의 애환이 닮긴 ‘파두(Fado)’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큰 바다 냄새를 실컷 맡다가 생(生)으로 파두 음악을 듣고 싶어서이다.
그런 다음 파리로 가 예전 필자가 파리에 머물 때 흔적을 더듬다가 12월 초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