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27> 여울 물소리 핑계로 시끄러운 속진(俗塵) 잊으려는 윤선도의 시

언제나 시끄러운 세상 소식 들리지 않게 해줄 테니까(使我無時聽世囂·사아무시청세효)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12-08 18:32:42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초대하지 않아도 청산은 지게문으로 들어오고(入戶靑山不待邀·입호청산불대요)/ 온 산에 가득한 꽃은 단정하게 인사하네.(滿山花卉整容朝·만산화훼정용조) / 앞 여울 물소리 시끄럽다 싫어하지 말아야지(休嫌前瀨長喧耳·휴혐전뢰장훤이)/ 언제나 시끄러운 세상 소식 들리지 않게 해줄 테니까.(使我無時聽世囂·사아무시청세효)

위 시는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의 ‘집을 지은 후 흥에 겨워’(堂成後漫興·당성후만흥)로, 그의 문집인 ‘고산유고(孤山遺稿)’에 있다.

윤선도는 효종이 대군 시절 공부를 가르친 스승이며, 전남 완도군 보길도(甫吉島)에 들어가 단가(短歌)인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40수를 지은 문사이다. 시는 칠언절구이다. 윤선도가 집을 지었다. 방문(지게문)만 열면 청산이 들어온다. 문밖만 나가면 산이 보인다. 산에 가득한 꽃은 다소곳이 웃으며 인사한다. 그런데 셋째 구인 전구(轉句)에서 상황 변화가 일어난다.

대체로 4행인 절구에서는 첫째·둘째 구에서는 풍광을 읊다가 셋째 구에서 시인 심경을 대입한다. 결구(結句)인 넷째 구에서는 시인의 마음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절구에서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은 넷째 구에 담긴다. 이 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시인은 이제 세상 시끄러운 소리를 듣지 않으려 한다. 그런 심경을 표현하는 데 여울 물소리를 매개로 했다. 여울 물소리가 시끄러워 진흙탕 싸움 속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가 안 들린다.

요즘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 인간 세상이 조용한 적은 없었다. 조용하면 신선들 세상이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다. 어제오늘도 지인과 모르는 사람까지 수십 통 문자가 왔다. 필자 역시 진세(塵世)를 떠나 지리산에 묻힌 지 만 8년이 다 되어간다. 조용히 혼자 차산(茶山)에 올라가 차 농사를 짓고, 혼자 종종 지리산을 탄다. 그리고 짬을 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어쩔 수 없이 휴대전화를 없애지 못하고 갖고 있다.

정치적 이해 당사자나 어느 진영을 지지하는 사람은 절박하다 보니 필자 같은 산인(山人)에게까지 문자를 보내리라. 필자의 집 근처에도 개울이 있어 밤마다 물소리를 들으며 잔다. 물론 나라가 망한다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6. 6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7. 7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8. 8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9. 9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10. 10‘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 1‘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2. 2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3. 3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4. 4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5. 5與, 초광역특구법안 발의 “주 52시간 특례 숙의”
  6. 6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7. 7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10. 10[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4. 4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7. 7“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8. 8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9. 9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10. 10예탁원 나눔재단, 17년째 지역상생 실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4. 4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7. 7“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8. 8“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9. 9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10. 10구·군 일손 적고 주인 자비부담 꺼려…슬레이트 철거 하세월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3. 3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6. 6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7. 7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8. 8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9. 9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10. 10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