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33> 새해 아침에 연암 박지원이 읊은 시

철부지 같은 마음은 지난해 그대로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4-12-31 19:21:53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穉心猶自去年吾·치심유자거년오

갑자기 몇 오라기 수염 더 돋았으나(忽然添得數莖鬚·홀연첨득수경수)/ 6척의 몸은 도무지 자라지 않네.(全不加長六尺軀·전불가장육척구)/ 거울 속 얼굴은 해마다 달라도(鏡裏容顔隨歲異·경리용안수세이)/ 철부지 같은 마음은 지난해 그대로네.(穉心猶自去年吾·치심유자거년오)

위 시는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의 ‘새해(설날) 아침에 거울을 보며’(元朝對鏡·원조대경)으로, 그의 문집인 ‘연암집(燕巖集)’ 권 4에 실려 있다.

박지원은 ‘열하일기’를 비롯하여 ‘양반전 ’‘허생전’ 등의 소설을 지은 문학가로 유명하다. 위 시는 그가 스무 살 무렵 새해(음력)에 거울을 보며 읊은 시로 알려져 있다. 남자는 스무 살이면 수염이 조금씩 난다. 박지원도 수염을 만지며 ‘아,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키는 더 자라지 않았다. 아마 그때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키가 크기를 바라지 않았나 싶다. 점차 어른스러워지는 시기여서 해마다 거울을 보면 얼굴이 달리 보인다. 박지원은 수염이 나고 목소리도 굵어졌지만 마음은 아직 철부지 같다고 겸손해한다.

해가 바뀌었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이다. ‘푸른 뱀의 해’라고 한다. 육십 간지 42번째로 청색의 ‘을(乙)’과 뱀을 의미하는 ‘사(巳)’를 상징하며 ‘청사(靑蛇)의 해’라고도 부른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해맞이를 하시고 새해 소원을 비셨는지요? 해가 바뀐 오늘 아침 목압서사가 있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 주민은 화개 지역과 전남 광양시와 구례군을 잇는 남도대교에서 ‘영호남 주민 해맞이’를 했다. 세상이 어지러운 데다 며칠 전 여객기 사고로 많은 사람이 사망해 모두가 안타까워하며 애도하고 있다. 주민들은 “새해를 맞아도 기쁘지 않다”고 말한다.

이틀 전인 지난 12월 30일에 필자가 사는 화개골 목압마을에서는 대동회(大同會)를 가졌다. 마을마다 1년 결산을 하면서 새해에는 가정마다 좋은 일이 더 많기를 기원하는 연례행사이다. 마을 주민들이 송구영신하는 마음으로 일 년에 한 번 모두 모여 점심을 먹는 이 자리에서 술도 한잔 마시면서 덕담도 나눈다. 하지만 “여객기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을 생각하니 술 마신다는 게 그렇다”며 모두 술을 삼갔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6. 6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7. 7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8. 8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9. 9‘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0. 10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1. 1‘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2. 2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3. 3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4. 4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5. 5與, 초광역특구법안 발의 “주 52시간 특례 숙의”
  6. 6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7. 7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10. 10[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4. 4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7. 7“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8. 8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9. 9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10. 10예탁원 나눔재단, 17년째 지역상생 실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4. 4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7. 7“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8. 8“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9. 9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10. 10구·군 일손 적고 주인 자비부담 꺼려…슬레이트 철거 하세월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3. 3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6. 6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7. 7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8. 8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9. 9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10. 10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