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새들 높이 날아 가버리고(衆鳥高飛盡·중조고비진) / 외로운 구름만 한가로이 흘러가네.(孤雲獨去閒·고운독거한) / 마주 보아도 질리지 않는 건(相看兩不厭·상간양불염) / 오직 경정산뿐이로구나.(只有敬亭山·지유경정산)
위 시는 시선(詩仙)으로 일컬어지는 당나라 시인 이백(李伯)의 ‘홀로 앉아 경정산을 보며’(獨坐敬亭山·독좌경정산)로, 그의 문집인 ‘이태백시집(李太白詩集)’에 수록돼 있다. 위 시에 나오는 경정산은 지금의 안휘성 선주시(宣州市)에 있다. 시인이 강호를 떠돌 때인 753년 가을 선주에서 지은 시로 알려져 있다. 뭇 새들(衆鳥)은 하늘 높이 날아 사라져 버렸다. 외로운 구름만 흘러간다.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건 경정산뿐이다. 그가 현실 정치에 발붙이지 못하고 외로운 처지에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필자는 그제(18일) 고향(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노이동 갈실마을)에 갔다. 오후 5시 읍내 돼지국밥집에서 ‘함안 조씨 동계공파(東溪公派) 갈실 종친회’ 회의가 열렸다. 지난 15일 남대구 세무서장에게서 ‘고유번호증’을 받은 데 따른 것이었다. 즉 종친회의 부동산과 현금 등에 대한 법인 등기를 마쳤다는 증명서를 받았다.
조호곤(66) 총무가 경과보고를 했다. 또 문중 묘소의 땅을 기꺼이 법인에 내준 집안 동생 조민규(63)에게 인사도 겸하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조민규의 아들이 곧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는다는 소식을 듣곤 모두 축하했다. 총무는 “우리 문중에 돈 많은 사람은 없고 박사들만 수두룩하면 어쩌잔 말이고!”라며 농담을 했다. 그 행사가 열리기 1시간 전에 필자는 문중 묘소에 묻혀 계시는 5대조 이상 조상님과 고조부모님·증조부모님·조부모님·부모님을 찾아 고(告)를 한 후 절하였다. 산으로 둘러싸인 묘소는 연(蓮) 봉우리처럼 가운데에 있다.
필자는 묘소 아래에 있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절을 마친 후 사방을 둘러보았다.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변함이 없다. 계절에 따라 산 색깔이 변할 뿐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평생 천하를 유랑하며 외로움과 고독감에 시달린 이백이 경정산을 통해 많은 위안을 받았으리라. 사람한테는 배신을 당해도 산은 그를 한 번도 외면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