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53> 봄날 시냇가에서 시 읊은 조선 전기 문사 성혼

꽃 웃고 버들 잠들어 한가롭고 또 한가롭네(花笑柳眠閒又閒·화소류면한우한)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5-03-18 18:31:53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십 년간 푸른 산속에 살고 있으니(五十年來臥碧山·오십년래와벽산)/ 어찌 인간세상 시비에 말려들겠는가?(是非何事到人間·시비하사도인간)/ 작은 집이지만 봄바람 끝없는 곳이어서(小堂無限春風地·소당무한춘풍지)/ 꽃 웃고 버들 잠들어 한가롭고 또 한가롭네.(花笑柳眠閒又閒·화소류면한우한)

위 시는 조선 전기에 이조판서·대사헌·우참찬 등을 역임한 문신인 우계(牛溪) 성혼(成渾·1535~1598)의 ‘봄날 시냇가에서’(溪上春日·계상춘일)로 그의 문집인 ‘우계집(牛溪集)’ 권 1에 수록돼 있다. 봄바람을 매개로 시를 읊고 있지만 시대 상황이 함께 담겼다.

우계 성혼은 서울 순화방(順化坊·종로구 일대)에서 태어났으며, 경기도 파주시 우계에서 오랫동안 거주하였다. 그는 번번이 벼슬을 사직하고 실제로 벼슬 산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위 시 첫 구를 보면 성혼은 오십 년 동안 산속에 살아왔다. 사직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벼슬 살 때도 마음은 산속에 있었다. 둘째 구를 읽어보면 그가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산속에서 살려고 한 이유는 세상 시비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심산이 컸음을 읽을 수 있다. 그리하여 비록 작은 집이지만 항상 봄바람이 분다고 말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으니 큰 우환이 없다는 것이다.

넷째 구에서는 그리하여 자신의 집은 늘 평온했다. ‘꽃이 웃는다’(花笑·화소)고 했으니, 무탈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의 시절에도 당파싸움이 끊이질 않았는데도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큰 자리를 맡지 않으면 세상 시비에 그다지 휘말리지 않는다. 권력에 욕심을 내면 상대로부터 공격받는다. 지금에야 감옥 가는 정도에 그치지만, 조선시대에는 처형당하거나 유배를 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반인이 보기엔 왜 그런 권력욕을 부릴까 싶다.

필자의 선조들도 그런 경향이 있다. 조선 후기에 비슬산 자락 산골로 들어가 은일했다. 지금은 세상이 다르나 조선시대까지는 문중에 “중앙에 벼슬 나가지 마라. 지방의 군수 이상 벼슬은 하지 마라. 가족을 지키는 게 가장 큰 일이다”라는 게 가훈처럼 내려왔다. 근동에서는 먹물이 많은 집안으로 소문났다. 그런 까닭일까? 지금도 박사가 많이 난 문중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3. 3‘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4. 4‘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5. 5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6. 6[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9. 9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10. 10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3. 3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4. 4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5. 5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6. 6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7. 7‘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8. 8[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9. 9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10. 10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8. 8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9. 9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10. 10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6. 6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7. 7“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8. 8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9. 9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10. 10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1. 1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2. 2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