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54> 앵두꽃을 읊은 조선 중기 지봉 이수광

부질없는 세상 못내 가련하다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5-03-23 18:40:48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浮世更堪憐·부세갱감련

꽃 핀 것 사흘 못가고(花事無三日·화사무삼일)/ 인생은 백 년도 안된다네.(人生少百年·인생소백년)/ 성쇠는 같은 이치이고(盛衰同一理·성쇠동일리)/ 덧없는 세상 못내 가련하도다.(浮世更堪憐·부세갱감련)

위 시는 조선시대 문사인 지봉(芝峯) 이수광(李睟光·1563~1628)의 ‘정원에 앵두꽃이 활짝 피었다가 사흘 만에 졌길래 감회가 있어’(庭際有櫻桃花盛開, 未三日還落有感·정제유앵도화성개,미삼일환락유감)로, 그의 문집인 ‘지봉집(芝峯集)’ 권 3에 수록돼 있다. 앵두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앵두꽃 보기가 쉽지 않아 더 모르리라. 이수광이 앵두꽃의 짧은 개화 기간을 안 것이다. 하필이면 그가 본 정원의 앵두꽃은 사흘 만에 떨어져 버렸다. 그것을 보고 위 시를 읊었다. 앵두꽃은 일주일까지 피기도 한다.

그는 앵두꽃이 피었다 금방 진 것에서 뜬구름 같은 인생의 문제에까지 시상(詩想)을 확장해 갔다. 단명한 앵두꽃에 대한 안타까움에 그치지 않고 인생살이 허무함까지 읊는다. 앵두꽃은 허옇게 핀다. 그 모습이 화려하다기보다 소박하다는 느낌이다. 오래 피어 있지 않아 요즘은 쉽게 보기 어려운 꽃이다.

필자는 틈만 나면 낫 한 자루 들고 차산(茶山)에 올라가 억새와 잡목을 베어내는 일을 계속한다. 어제도 올라갔다. 올라가는 마을의 개울 옆 집들엔 안팎으로 매화가 만발해 있었다. 목련도 거의 만개했다. 영춘화(迎春化)는 꽃이 제법 졌다. 차산으로 올라가려면 차인(茶人) 김종일 씨가 운영하는 다원(茶園)인 도재명차 뒤로 돌아서 간다. 개울가로 향한 그의 집 발코니 옆에 앵두꽃이 거의 만개해 있는 게 아닌가. 개울 옆이고 남향이어서 햇살이 잘 들어서일까? 다른 집보다 앵두꽃이 빨리 피어 있었다.

필자가 2017년 봄 이곳 목압마을에 처음 들어왔을 때 신기하다고 생각한 건 집집에 감나무 대신 앵두나무가 한 그루씩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로부터 빨강 앵두 열매를 제법 얻어먹었다. 필자도 마당에 앵두나무를 한 그루 심어놓았는데 수령이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마을의 오래된 나무에 비해 꽃이 늦게 핀다. 눈에 들어온 앵두꽃 관련 자료를 뒤적이다 이수광의 위 시를 찾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5. 5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작가 그림이 달라졌다
  9. 9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10. 10“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3. 3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4. 4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5. 5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7. 7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8. 8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9. 9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5. 5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8. 8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속보]혼자걷던 여성 5차례나 범죄대상 물색, 성폭행 혐의 30대 男 징역 4년 선고
  7. 7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8. 8농어촌 기본소득 공모 탈락 거창군, 자체 조례 제정해 ‘거창형 기본소득’ 추진
  9. 9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0. 10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