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江花何處最腸斷·강화하처최장단
저물 무렵 가릉강 강물 동쪽에(日暮嘉陵江水東 일모가릉강수동)/ 배꽃 잎 만 조각이 강바람에 흩날리누나.(梨花萬片逐江風 이화만편축강풍)/ 강변 꽃잎은 어느 곳에서 가장 애간장을 끊을까?(江花何處最腸斷 강화하처최장단)/ 반은 떨어져 강물에 흐르고 반은 허공에 날리누나.(半落江流半在空 반락강류반재공)
위 시는 중국 당나라 시인 원진(元稹·779~831)의 ‘강에는 꽃잎 지고’(江花落·강화락)로,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다. 그는 중국 하남성 낙양 출신으로, 저서 ‘元氏長慶集(원씨장경집)’을 남겼다. 당대에 백거이와 더불어 ‘원백(元白)’이라 불렸다.
시인은 강물 동쪽에 배꽃 잎이 지는 걸 보고 시를 읊었다. 가릉강(嘉陵江)은 양쯔강 지류다. 떨어진 배꽃의 반은 강물에 흐르고 반은 허공에 날리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셋째 구에서 꽃잎은 어느 곳에서 가장 애간장을 끊을까 하고 반문하는 듯하면서 강조하고 있다. 이 표현은 시인 자신의 심정을 반영한 은유일 수도 있다. 지는 꽃잎을 보면 누구라도 허무나 무상, 그리고 슬픔을 느낀다. 마음에 상처나 슬픔이 많은 사람일수록 떨어지는 꽃잎에 더욱 좌절할 수도 있다.
배꽃을 읊은 시와 시조는 많다. 고려 시대 대문호 이규보는 칠언율시 ‘옥야현 객사 현판의 학사 채보문 이화시에 차운하여’(沃野縣客舍, 次韻板上蔡學士寶文梨花詩·옥야현객사, 차운판상채학사보문이화시)의 미련(尾聯)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아름다운 여인이 비단 소매 걷고 흰 팔 드러낸 채(皓腕佳人披練袂·호완가인피련매)/ 은은한 미소 지으니 마음 몹시도 괴롭네.(微微含笑惱情多·미미함소뇌정다)” 배꽃을 여인의 흰 팔, 즉 하얀 살결 같다고 노래했다.
그제 7일 하동 읍내로 나가다 섬진강 변 배밭에 배꽃이 하얗게 피어 있는 걸 보았다. 배꽃은 다른 꽃에 비해 유난히 희다. 그리하여 달과 가장 잘 어울리는 꽃으로 시인 묵객은 묘사했다. 이조년(1269~1343)의 시조에서도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라고 했다.
30, 40년 전에 비해 섬진강 변 배밭이 현저하게 줄었다. 곧 배꽃이 지면서 반은 강물에, 반은 허공에 흩날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