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60> 봄비 내린 뒤 시 읊은 조선 전기 문사 기대승

달빛에 시 읊으며 돌아오리라(應須詠月歸·응수영월귀)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5-04-13 18:24:36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고향 산에 봄비 내리고 나니(故山春雨後·고산춘우후)/ 꽃이 피고 고사리가 돋아나네.(花發蕨芽肥·화발궐아비)/ 부질없이 꽃 찾아 떠났다가(謾欲尋芳去·만욕심방거)/ 달빛에 시 읊으며 돌아오리라.(應須詠月歸·응수영월귀)/ 송료는 동이 가득 익어 가고(松醪滿盎嫩·송료만앙눈)/ 돌나물은 뿌리 내려 향기롭네.(石菜着根馡·석채착근비)/ 취해 누웠는데 바람 귓가에 나니(醉臥風生耳·취와풍생이)/ 도연히 세상일을 잊어버리노라.(陶然忘世機·도연망세기)

위 시는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1527~1572)의 ‘느긋한 흥취’(漫興·만흥) 세 수중 첫수로, 그의 문집인 ‘고봉집(高峯集)’ 권 1에 실려 있다.

기대승은 퇴계 이황과 사단칠정논변으로 유명한 문신이다. 한성부 청파 만리현(지금의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아버지 경기전 참봉 기진(寄進)과 어머니 진주 강씨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다. 1558년에 식년시 문과에 급제후 벼슬에 나아가 대사성·대사간·공조참의 등을 역임했다.

위 시는 봄비를 매개로 자연과 일상, 그리고 시인의 감성을 아주 잘 그려낸 500년 전쯤 작품이다. 기대승은 수련에서 봄비가 내린 후 꽃이 피고 고사리가 올라온다고 한다. 함련의 표현이 아주 멋이 있다. 가까이 있는 꽃을 모르고 꽃을 찾아 멀리 떠났다가 문득 깨닫는다. 그리곤 달빛 받으며 그 깨달음과 꽃에 대해 시를 읊으며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시상을 전환하는 경련에서는 동이에서는 가득 술이 익어 가고, 돌나물은 향기롭다고 시인으로서 낭만적 기질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시상을 마무리하는 미련에서 봄의 흥취에 취해 술을 마시니 세상일 다 잊는다고 한다. 경련의 ‘송료(松醪)’는 솔잎이나 솔뿌리를 넣고 빚은 탁주이다. 함련과 경련은 대(對)를 맞추고 있다.

그제 토요일 봄비가 내렸다. 그동안 많이 가물었다. 농사철이 시작됐는데 비가 내리지 않아 시골에서는 특히 걱정이 많았다. 필자의 차산(茶山)에도 너무 가물어 고사리가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농협에서 며칠 전부터 찻잎 수매를 시작했는데 찻잎도 필 생각을 안 했다. 이제 봄비가 내려 고사리가 본격적으로 올라올 테고, 찻잎도 딸 수 있으리라. 산골에 살다 보니 날씨에 아주 민감해졌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4. 4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5. 5[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10. 10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6. 6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7. 7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8. 8[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9. 9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10. 10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8. 8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5. 5“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30일
  8. 8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9. 9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10. 10“대화 거부한 건 대주주…당당하면 왜 국회서 소명 안 했나”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