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볕은 온 산에 새로이 푸르름을 더하고(暖日新添萬无碧·난일신첨만무벽)/ 맑고 따스한 바람은 집에 봄빛을 보내 주네.(光風又送一家春·광풍우송일가춘)/ 세상사 구름처럼 변하는 것을 눈으로 바라보고(眼看世事如雲變·안간세사여운변)/ 예순여덟 해 동안 무사하게 산 사람일세(六十八年無事人·육십팔년무사인)
위 시는 고려시대 문사인 민사평(閔思平·1296~1359)의 ‘춘첩자’(春帖子)로, 그의 문집인 ‘급암집(及菴集)’ 권 2에 수록돼 있다. 시인은 봄을 맞아 ‘춘첩자’란 제목으로 2수를 읊었는데 그중 두 번째 시이다. 그는 환로(宦路)에 있으면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사하게 벼슬살이를 마치고 이제는 물러나 한가롭게 지낸다. 따뜻한 봄 햇살을 매개로 시상을 전개했다.
시를 보겠다. 봄이 돼 온 산이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따뜻한 봄 햇볕 덕분이다. 봄비가 내리다 개니 따스한 바람이 집에 분다. 바람은 새로운 생명과 희망을 상징하는 봄빛을 보내준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온갖 일이 다 생길 수 있다. 세상일은 변화무상하다. 그렇지만 성품이 온화했던 그는 벼슬살이를 다 마치고 가족과 무탈하게 지낸다. 당시 68세면 엄청 고령이었다.
민사평이 같은 제목으로 읊은 첫 수도 보자. “내 자신 무슨 일을 하겠는가?(自家何事業·자가하사업)/ 좋은 기운이 집안에 가득하다네.(佳氣擁門閭·가기옹문려)/ 창에 햇살 비치는 아침 늦게 일어나(窓日朝慵起·창일조용기)/ 누운 채 아이가 책 읽는 소리를 듣네.(臥聞兒讀書·와문아독서)” 그의 성품이 원만하고 긍정적이었음을 읽을 수 있다. 가정 또한 화목했다.
목압서사가 있는 지리산 화개동(花開洞)은 예년 같으면 한참 찻잎을 딸 시기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날씨가 추워 찻잎이 잘 올라오지 않았다. 고사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골짜기에는 고사리와 찻잎을 따 생계를 유지하는 집이 많다. 오늘부터 예년의 봄 날씨를 보여준다. 날씨가 따뜻해야 고사리와 찻잎이 많이 올라온다. 민사평의 첫 시 셋째 구 “좋은 기운이 집안에 가득하네”처럼 독자 여러분께서 도시에 사시든, 시골에 사시든 봄 햇살을 받아 가정마다 좋은 기운 가득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