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63> 신록 돋아나는 요즘 산에 가 읊은 갈암 이현일의 시

세상 풍진 쉽게 휩쓸리지 않도록 하리라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  |   입력 : 2025-04-22 18:20:17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莫敎容易犯風埃·막교용이범풍애

서로 붙들고 흥에 겨워 산에 들어오니(提携乘興入山來·제휴승흥입산래)/ 신록이 우거지고 폭포 소리는 우레로다.(嫩綠成陰瀑響雷·눈록성음폭향뢰)/ 깊은 골짝에서 잠시 번잡한 마음 씻노니(暫滌煩襟資絶壑·잠척번금자절학)/ 세상 풍진 쉽게 휩쓸리지 않도록 하리라.(莫敎容易犯風埃·막교용이범풍애)

위 시는 갈암(葛庵) 이현일(李玄逸·1627~1704)이 ‘기사년 늦은 봄, 벗들과 삼성(三成)이란 작은 암자에서 노닐며’(己巳暮春 從諸友遊三成小刹)로, 그의 문집인 ‘갈암집(葛庵集)’ 권 1에 들어있다.

이황의 학통을 계승한 영남학파의 거두로 평가되는 이현일의 아버지는 이시명(李時明), 어머니는 음식 조리서인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을 저술한 장계향이다.

이현일은 우참찬·이조판서 등을 역임한 문신이다. 갑술환국 이후 함경도 홍원과 종성, 전라도 광양 등지로 유배되었다 1699년 유배에서 풀려나 안동으로 귀향한 후 강학에 전념한 학자였다.

기사년은 1689년이다. 이 해에 이현일은 사업(司業)에 임명되고 이어 사헌부장령·공조참의에 임명됐다. 당시 인현왕후가 폐비된 것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고 사직소를 올렸으나 허락되지 않아 분황(焚黃)을 이유로 고향으로 돌아갔다. 아마 위 시는 이 무렵 고향 안동으로 돌아와 벗들과 어울리며 읊은 것이 아닐까 싶다. 이현일은 벗들과 서로 붙잡고 도와주며 봄 산에 올랐다. 산은 새잎이 돋아 신록이 우거지고 폭포 소리는 우레 같다. 거기서 벼슬살이에서 쌓인 마음의 때를 씻었다. 그러면서 더는 세상 먼지를 덮어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장인인 장흥효(張興孝)와 아버지인 이시명 등 가족 모두가 퇴계 이황의 학맥을 잇는 대학자들이었다. 숙종 시기였던 당시 서인과 남인의 당파적 싸움이 치열했다. 그러므로 그가 그러한 풍진에 휩쓸리지 않으려 다짐한 일은 당연했을 것이다.

필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낫 한 자루 들고 차산(茶山)에 올라가 새 소리를 들으며 혼자서 일을 한다. 풍진 세상이야 예나 지금이나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세상이 어떠하든 산에는 하루가 다르게 새싹이 돋아나고 있음을 본다. 사방을 둘러보면 겨우내 벌거벗었던 지리산 전체가 연한 녹색으로 뒤덮여 있다. 마음이 너무나 편하고 고요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2. 2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3. 3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6. 6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7. 7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8. 8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9. 9‘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10. 10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4. 4[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5. 5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6. 6李 대통령 “무책임 극단주의 ‘무극파’ 경계" 언급.. 인선 반발 의식했나
  7. 7아시안게임 논란에 병역특례 도마 위…정치권 개편론 확산
  8. 8장동혁 “李 대통령, 대북 송금 이상의 뭔가 있나".. 北에는 분노조절 '잘해'
  9. 9野 유용원 “21사단 北 철책선 MDL 남쪽 지역 설치…MDL 침범 광범위”
  10. 10국민권익위, 울산 광역 및 기초의회 위반 사항 무더기 지적
  1. 1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2. 2‘가덕도신공항 청신호’… 실무 맡았던 대우건설 이강석 대표이사 공식 취임
  3. 3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4. 4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5. 5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6. 6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7. 7‘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8. 8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9. 9나들이객 마음에 쏘~옥…유통가 의류·와인 행사 가을대전
  10. 10누리호 5차 발사 초읽기…6일 세운다
  1. 1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2. 2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6. 6AI로 지인 성착취물 제작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잡고 보니 현직 경찰관(종합)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8. 8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9. 9[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10. 10책임 더 커진 경찰, 해킹 내사…‘사이버 1호 사건’ 가능성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3. 3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