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涼風忽鏖暑·양풍홀오서

… 어떤 스님이 사립문 두드리며(有僧款柴扉·유승관시비)/ 두류산(지리산)에서 왔다 말하네.(云自頭流至·운자두류지)/ 남명이 나(스님)에게 부탁하여(南冥付吾手·남명부오수)/ 편지를 보내게 했다 하네.(尺素送信字·척소송신자) … 명월산에 주석하면서(住錫明月山·주석명월산)/ 나에게 세 번이나 찾아왔었지.(於我三來曁·어아삼래기)/ 처서가 와 바람 서늘하게 부니(涼風忽鏖暑·양풍홀오서)/ 예전 살던 푸른 산 꿈에 보였네.(舊山夢積翠·구산몽적취) …

위 시는 대곡(大谷) 성운(成運, 1497∼1579)의 ‘전 상인을 보내며’(送田上人)로, 그의 문집인 ‘대곡집(大谷集, 3권 1책)’ 권 중(中)에 수록돼 있다. 전체 36행의 시인데 그중 일부만 인용하였다.

성운은 1531년(중종 26) 진사에 합격하였으나, 1545년(명종 즉위년) 성운의 형이 을사사화로 화를 입자 보은 속리산에 은거하였다. 시문에 능하였으며 서경덕·조식·이지함 등과 교유하며 학문에 정진하였다. 위 시 앞에는 긴 머리글이 있다. 여기에 보면 ‘임술년(1562, 명종17) 초여름에 상인이 건중의 편지를 나에게 가져다주었다’(歲壬戌孟夏, 上人以楗仲書抵余·세임술맹하, 상인이건중서저여)라는 내용이 있다. 그리하여 위 시는 1562년에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스님과 남명 조식이 벗이라고 했다. 조식의 자가 건중(楗中)이다. 스님은 법주사에서 출가해 이 무렵 법주사에 머물다가 이제 그가 수행하고 있는 지리산으로 돌아가고자 해 조식에게 줄 시를 써준 것이다. 위 시의 마지막 행의 ‘구산(舊山)’을 ‘고향’ 또는 ‘한때 살던’으로 해석한다면 성운이 지리산에서도 은거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당시 지리산에 있던 조식과 교유하였으리라.

오는 23일이 처서(處暑)다. 여름 동안 무더웠던 더위가 가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는 속담이 있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어제 오후에 차산(茶山)에 풀을 베러 갔다가 모기에 얼마나 많이 물렸던지 몸에 열이 나 약까지 먹었다. 물린 데는 혹처럼 부어올랐다. 하지만 저녁에 목압서사 아래 화개동천 다리(목압교)에 가면 선득할 정도로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