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온 산 날아다니던 새들 사라지고(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모든 길 사람 자취 끊겼네(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외로운 배에 도롱이 걸치고 삿갓 쓴 늙은이(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차가운 강에서 홀로 낚시하는구나(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위 시는 당나라 시인 유종원(柳宗元·773~819)의 ‘강에는 눈이 내리고’(江雪·강설)로, 그의 문집인 ‘유종원집(柳宗元集)’에 들어있다. 위 시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일컬어진다.
그는 당송(唐宋) 8대가의 한 사람으로 산서성 운성시(運城市)에서 태어났다. 고대에는 하동군(河東郡) 해량현(解良縣)으로 불렸다. 일찍이 진사 시험에 합격하여 31세에 감찰어사가 되고, 33세인 806년에 상서예부원외랑이 되었다.
그해 정월 순종이 즉위하고 정치개혁운동에 가담했으나, 실패하자 유종원은 그해에 영주사마(永州司馬)로 좌천되었다. 위 시는 그곳에서 지낼 때 지었다. 영주는 지금의 호남성 남부 영릉(零陵)이다. 43세 때에는 유주자사(柳州刺史)로 옮겨 47세로 그곳에서 사망했다. 수도 장안에는 결국 돌아가지 못했다.
위 시는 어려운 말이 없다. 겨울 강 풍경을 그린 산수화를 보는 느낌이다. 눈 내리는 세상을 외롭지만 담담하게 묘사한다. 그는 수도 장안에서 멀리 떨어진 궁벽한 곳에 좌천된 자기 처지를 이렇게 산수시(山水詩)에 비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유종원의 이 시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남송(南宋) 시대 마원(馬遠·1160~1225)의 그림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를 비롯해 산수화의 화제(畵題)로도 자주 쓰였다. 이 시는 우리나라 2004년도 대학수능시험 언어영역에 출제되기도 했다.
그제 낮에 섬진강 변을 지나는데 잠깐 눈이 내렸다. 섬진강물은 시퍼런데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다. 강바람이 세어도 예전만큼 춥지는 않았다.
유종원의 이 시를 생각하면서 홀로 추운 강에서 낚시하는 노인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도롱이 걸치고 삿갓 썼다지만 추웠을 것이다. 낚시를 해 고기를 잡아 팔아야만 가족이 먹고 사니 어쩔 수 없이 강 한가운데서 낚시했으리라. 그런데 그 장면이 시인의 눈에 잡혀 한 수의 산수시로 나온 것이다. 시가 아니라 그림이었어도 명작이 되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