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飄然身上太淸·표연신상태청
무화도 문화도 아닌 중도의 화후이니(不武不文火候·불무불문화후)/ 현악도 관악도 아닌 솔바람 소리로네.(非絲非竹松聲·비현비죽송성)/ 노동의 일곱째 잔을 마시고 나니(啜罷盧仝七椀·철파노동칠완)/ 이내 몸이 훨훨 태청에 오르는 듯하네.(飄然身上太淸·표연신상태청)
위 시는 지봉(芝峯) 이수광(李睟光·1563~1628)의 ‘차를 마시다’(飮茶)로 ‘지봉집(芝峯集)’ 권 13 홍양록(洪陽錄)에 수록돼 있다.
6언시(六言詩)이다. 육언시는 구(句)마다 6자로 이루어지며, 서한(西漢)의 곡영(谷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전하는 것으로는 한나라 말기 공융(孔融)의 육언시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힌다.
위 시는 알맞은 화력으로 차를 끓여 마시니 하늘에 오를 듯하다는 의미이다. 첫 구는 너무 세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은 적당한 화력으로 찻물을 끓인다는 말이다. 화력이 작고 약한 불을 문화(文火)라 하고, 화력이 크고 센 불을 무화(武火)라 한다.
둘째 구의 뜻은 찻물이 끓자 거문고나 퉁소 같은 소리가 아닌 솔바람 같은 소리가 난다는 말이다. 고대의 악기(樂器)는 통상 金(금)·石(석)·絲(사)·竹(죽)·匏(포)·土(토)·革(혁)·木(목)의 여덟 가지 재료로 제작하는데 ‘사죽(絲竹)’은 현악기와 관악기를 통틀어 말한다.
셋째 구는 일곱째 잔을 마시자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르는 듯하다는 말이다. ‘노동’은 당(唐)나라 때 시인으로, 차(茶)를 매우 좋아하였다. 그가 지은 ‘다가(茶歌)’에서 “첫째 잔은 목과 입술을 적셔주고, 둘째 잔은 외로운 시름을 떨쳐주고, … 일곱째 잔은 다 마시기도 전에 두 겨드랑이에 솔솔 맑은 바람이 이는 걸 깨닫게 하네.”(원문 생략)라고 했다. 넷째 구의 ‘태청(太淸)’은 도교에서 말하는 삼청(三淸)의 하나로, 삼동(三洞)의 교주가 산다는 천상 세계를 가리킨다.
그제(8일) 오후에 대구 중구 반월당 진골목에 있는 미도다방에 가 차를 마셨다. 일제강점기인 1928년 문을 열어 한동안 명맥이 끊겼다가 1982년 정인숙(75) 대표가 인수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정 대표는 필자가 지리산에서 왔다고 하자 “멀리서 왔다”며 양말을 선물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