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옛 현인들이 그윽이 살던 자취를 그리워하여(我懷前哲幽棲·아회전철유서)/ 꿈속에서도 산의 바람과 물에 비친 달을 찾아 맴도네.(夢繞山風水月·몽요산풍수월)/ 이제 호옹을 만나 시를 주고받고 보니(今見湖翁唱酬·금견호옹창수)/ 마치 사흘 동안 마주 앉아 학문을 논한 듯하구나.(怳如共討三日·황여공토삼일)
호옹은 참으로 나의 스승이 될 만한 분이시니(湖翁可是吾師·호옹가시오사)/ 맑고 시원한 그 마음 비 갠 뒤의 달과 같네.(灑落胷襟霽月·쇄락흉금제월)/ 하늘이 온갖 시련으로 성정을 단련시켜 옥처럼 완성시키셨으니(忍性天敎玉成·인성천교옥성)/ 그 도의는 훗날 더욱 빛을 더하리라.(道義增光異日·도의증광이일)
위 시는 난고(蘭皐) 장선충(張善冲·1619~1693)의 ‘숙함의 시를 붙이다’(附叔涵詩·부숙함시)로, 백호(白湖) 임제(林悌·1549~1587)의 문집인 ‘백호전서(白湖全書)’ 권 2에 들어 있다. 위 시의 원제목은 따로 있었을 텐데, 장선충의 문집이 없어 확인할 방법이 없다. 육언시(六言詩)이다.
호가 난고(蘭皐), 이칭이 숙함(叔涵)으로 승지를 지낸 문신 장선충이 임제에 대해 위 시 두 수를 읊었는데, 백호전서를 편집하면서 실은 것이다. 임제는 전남 나주 출신으로, 1577년 알성시(謁聖試)에 급제하여 서북도병마평사·예조정랑·홍문관지제교 등의 벼슬을 지냈다.
위 시는 앞의 철인들을 사모하는 마음과 ‘호옹(湖翁)’, 즉 임제의 인품·학덕을 높이 칭송한 내용이다. ‘霽月(제월)’은 비가 갠 뒤의 맑은 달을 가리킨다.
위 시의 핵심은 ‘灑落胷襟霽月’과 ‘忍性天敎玉成’ 두 구절이다. 앞 구절은 백호의 맑고 탁 트인 인품을, 뒤 구절은 고난과 시련을 통해 그의 학덕이 완성되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목압서사가 있는 지리산 화개골에는 며칠 동안 비가 계속 내렸다. 지난 27일이 음력으로 보름이었는데, 비가 내려 달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그제 29일부터 밤늦게 ‘霽月’을 보여줬다. 그래서일까, 달 주변에 아름다운 달무리가 생겼다. 그러다가 새벽에는 비가 또 내리기를 반복했다. 위 시에서는 ‘霽月’을 인품이 티 없이 맑고 깨끗함에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