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문화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오면 신경 쓰이는 것이 약값이다. 몇 가지의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처방하면 한 달 약값만 수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약의 종류는 다양하고 비슷한 약이라 하더라도 값은 천차만별이다. 이 가운데서 아무래도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은 신약들이 비싸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유가 있어 보이는 환자들도 약을 처방하고 나면 다음에는 약값이 적게 나오게 조절해 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하는 수 없이 가격이 좀 저렴한 약으로 바꾸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약값을 포함한 의료비가 적게 드는 편이다. 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자들은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많아 건강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다. 이렇게 적지 않은 비용을 계속 부담해야 하니 처방하는 의사도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그래서 사실 상대적으로 의료보험 환자들보다 의료보호 환자들한테 약 처방하기가 편하다.

우리나라 약값이 선진국보다 싼 것은 국가에서 수입 약값을 어느 정도 관리하기 때문이지만 보험 규정이 다시 약값을 늘리는 원인이 된다. 보험 규정이 하도 까다로워서 비보험으로 약을 처방해야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골다공증이 있는 분들은 골밀도 검사상 T점수란 것이 -2.5부터 진단이 된다. 그런데 더 심한 -3.0 이상부터 보험이 되고 그것도 1년에 6개월만 보험적용이 된다.

당뇨병 약들도 보험규정이 까다롭기는 마찬가지. 당화혈색소 검사 결과가 얼마 이상이 되어야 증량이 되는 약, 다른 약 한 개랑 같이 처방할 때만 보험이 되는 약, 단독으로 쓰거나 정해진 한 종류의 약과 같이 쓸 때만 보험이 되는 약 등 종류에 따라 다 달라 복잡하다. 결국 혈당조절이 시원치 않으면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비보험 처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사들은 교과서적인 치료기준도 알아야 하고 별도로 더 복잡한 보험기준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나라를 탓할 수만은 없다. 일정한 보험재정으로 전 국민 의료보험을 유지하려면 무리가 있을 것이다. 의료현장에서 느끼기에도 보험기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료비용은 늘어갈 것이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산업이니 바이오 관련 산업들이 미래의 기대주로서 각광받는 것이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환자들에게 적용될 때마다 그에 따른 비용은 더 늘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한미 FTA 협상 때 의료 관련 내용이 문제가 된 모양인데, 미국의 요구대로 협상이 이뤄진다면 지금보다 약값이 훨씬 비싸질 것만은 사실이다. 지금도 비싼데 약값이 더 오르고 보험은 받쳐주지 못하면 환자들의 부담은 배가될 것인데 의사로서 걱정이 앞선다.

따라서 환자들이 약값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생활교정 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병행해야 한다. 병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나름대로 정해진 식이요법들이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고지혈증, 빈혈 등 흔히 경험하는 질환들에 대한 식이요법을 철저히 시행한다면 약을 다소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약값과는 비교 안될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각종 영양제와 건강보조제이다. 확실치 않은 각종 건강보조제에 현혹되지 말고 효능이 증명된 약으로 건강을 지키는 지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