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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태 씨가 트랙터와 오토바이를 타고 횡단할 아메리카 대륙 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김성한 기자 |
"트랙터로 이번엔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합니다."
'트랙터 여행가'로 유명해진 경남 하동군의 강기태(28·사진) 씨가 다시 모험을 감행한다. 다음 달 트랙터를 타고 1년간 아메리카 대륙 종단에 나설 예정이다. 강 씨는 2008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6개월간 농사 짓는 트랙터를 몰고 전국을 일주(본지 2008년 10월 31일자 25·26면 보도)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트랙터 루트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알래스카 앵커리지를 출발해 캐나다와 미국의 서부와 동부를 횡단한다. 이후 중남미 대륙을 관통해 아르헨티나에서 여행을 마친다. 예상 이동거리만 지구 한 바퀴에 달하는 4만 ㎞다. 강 씨는 "일정을 1년으로 잡았지만 현지 사정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 씨는 먼저 오는 8월 중순 미국 시애틀에 도착해 트랙터를 배에 실어 알래스카로 향한다. 알래스카부터 북미 대륙까지는 6개월 정도 트랙터로 움직이고 이후 라틴아메리카는 오토바이를 구입해 여행할 생각이다. 중남미 루트는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 나온 체 게바라의 여행 흔적을 따라간다는 계획이다.
강 씨와 동고동락을 할 4000만 원 상당의 트랙터와 연료비는 전국 일주 때 도움을 준 트랙터 제조업체인 동양물산이 후원을 맡았다. 나머지 여행 경비는 강 씨가 충당한다. 장교로 군 복무를 하면서 모은 400만 원, 마을주민들과 하동군청이 환송비로 건네줄 200만 원 그리고 이번 트랙터 여행을 책으로 내는 조건으로 출판사로부터 받은 계약금 100만 원 등이다. 모자라는 경비는 가족과 지인들로 구성된 트랙터 서포터스 100명으로부터 매달 만 원씩 후원을 받는다.
강 씨는 이번 여행의 주제를 '사랑을 전달하는 트랙터 여행'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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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태씨 아메리카 대륙 종단 루트. |
가장 눈에 띄는 게 '아프리카에 보낼 모기장 설치 기금' 마련이다. 여행 도중 만나는 현지인들로부터 1인당 10달러(살충 처리된 모기장 1개 가격)씩 1만 달러의 기금을 모아 모기장 1000개를 아프리카로 보내는 게 그의 목표다. 그는 "아프리카 아동의 사망원인 1위가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말라리아"라며 "캠페인을 몸으로 실천하기 위해 1년간 잠은 텐트에서 모기장을 치고 잘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번 전국 일주 때와 마찬가지로 여행 도중 틈틈이 봉사활동에도 참여할 생각이다. 북미 대륙의 여정이 끝나면 트랙터에서 내려 아이티로 날아가 지진 복구 현장에서 한 달간 구슬땀을 흘릴 계획이다. 축구광이기도 한 그는 중남미 지역의 시골 아이들에게 축구공도 나눠줄 예정이다.
고향 하동군과 한국을 알리는 데도 역점을 뒀다. 트랙터에 태극기와 독도 사진을 크게 붙이고 여행길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에게 하동에서 재배한 녹차를 직접 끓여 대접할 생각이다. 현지인들의 초청을 받아 그들의 집에서 묵을 경우를 대비해 틈틈이 한식 조리기술과 대금 부는 법도 익혔다고 한다.
자칫 무모해 보이는 트랙터 해외 여행. 그는 왜 떠나려 할까. 의례적 질문에 돌아온 그의 답변이 유쾌하다.
"트랙터 세계 일주는 어릴 적 꿈이었어요. 농부의 아들로 트랙터만큼 의미 있는 여행 수단도 없고요.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어 두렵지는 않아요. 대한민국 청년들의 열정과 모험심이 아직 식지 않았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