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부터
- 열심히 했을 때 변화 생겨”
- 말단서 출발 대표까지 맡아
- 은퇴 뒤에도 강의·자문 등
- 철학 전파하며 왕성한 활동
“기본에 충실하면 ‘흙수저’라도 성공할 수 있어요. 제 삶이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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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일 전 성우하이텍 대표는 자신은 누구보다도 지독한 ‘흙수저’ 출신이라며 “기본에 충실하면 흙수저라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민철 기자 |
지난 21일 부산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태일(63) 전 성우하이텍 대표가 파란색 바탕에 노란 전구 그림이 들어간 책 앞표지의 ‘익숙한 혁신’이란 제목을 가리켰다. 성우하이텍에 사원으로 입사해 8년간 대표직을 맡다가 2015년 퇴임한 그가 이달 초 ‘익숙한 혁신’이란 책을 냈다. 이질적인 두 단어에는 그가 살아온 인생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 전 대표는 “익숙한 것에서 혁신이 나온다는 말을 언뜻 들어서는 이해 못 할 수도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군대를 갓 제대한 그는 유리그릇 사업을 시작했다. 소주잔에 네잎클로버 무늬를 최초로 넣었지만 소재가 발암물질이라는 보도로 사업이 망해버렸다.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집안 어른의 권유로 1980년 작은 회사였던 ‘성우금속 공업사’에 입사하게 됐다. 군대에서 3년을 버텨냈듯 이곳에서 우선 3년만 지내보자는 심정이었다. 그는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정말 눈물을 많이 흘렸다. 흙수저도 그런 흙수저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갓 입사한 그는 조그마한 다락방 하나를 구해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좁은 집에 가는 게 싫었던 그는 일주일에 여섯 번은 회사 경비실에서 쪽잠을 자며 ‘여기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때 머릿속을 스친 게 ‘청소’였다. 아침마다 공업사 마당을 쓸고 닦으며 사무실을 정리했다. 몇 개월이 지나자 회사가 깨끗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작은 일이지만 열심히 하니 노하우도 생기고 주변에서 나를 인정하는 사람이 생겼다. 익숙한 혁신이란 자신이 할 수 있는 기본을 열심히 했을 때 생기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퇴근 시간과 100m 달리기를 비교했다. 100m 달리기 육상 선수가 ‘딱’ 100m만 뛰지 않는다는 것이다. 100m를 지나 보통 10m 이상을 더 뛰어야만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 딱 100m를 뛰려면 90m부터 차근차근 속도를 줄여야 한다. 직장인이 퇴근 시간 1시간 전부터 퇴근을 준비하면 기본에 충실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야근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하루 8시간 근무를 한다면 그 시간 동안 충실하라는 뜻이다. 김 전 대표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 내 열심히 달리는 게 기본에 충실한 삶이다. 절대 에너지 낭비가 아니다. 또 다른 기회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혁신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말단 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2007년 대표이사직에 오른 뒤 8년 동안 성우하이텍의 혁신을 이끌어왔다. 회사가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심에 그가 있었다. 그가 이끈 혁신 중 대표적인 게 ‘책임 제도’다. 대표가 회사 경영을 책임진다면, 공장 라인 책임자는 자신의 라인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성우하이텍에는 업무마다 ‘책임’이란 이름이 붙는다. 자신의 라인에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임하면 라인의 결함도 쉽게 발견하고 덩달아 생산성도 높아지게 된다. 그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물어보면 다른 사람 핑계를 대는 경우가 많다. 책임을 회피해서는 혁신이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은퇴한 뒤에도 그는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내민 명함만 3장이었다. 은퇴 후 영산대학교 공과대 교수로 학생들에게 익숙한 혁신을 전파하고 있고,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이사장을 맡으며 예술인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있다. 그는 “그동안 회사 일을 핑계로 자주 하지 못 했던 사회봉사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책도 강의자료로 사용하려고 만든 것인데 다른 곳에서 책을 보고 강의 섭외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