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맷길은 지역민 건강에 도움
- 의료 등 사회적 비용 줄여줘
- 관광 등 경제효과보다 중요해
- 제주도민 ‘올레길 효과’ 설문
- ‘고향의 재발견’ 첫째로 꼽아
“대도시인 부산이 걷기 좋은 도시를 지향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시작 단계지만 부산이 보행 친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건 여느 대도시와 확연하게 차이 나는 점이죠. 아직 한국 대도시는 도로를 넓히는 등 자동차가 우선입니다. 21세기에 도시가 계속되려면 그와는 반대로 걷기 인프라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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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숙 ATN(아시아 트레일즈 네트워크) 의장이 길을 통한 아시아인의 유대 강화와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아시아인의 걷기 축제인 ‘2019 아시아걷기총회(ATC, 아시아 트레일즈 콘퍼런스) 부산’이 지난11~1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와 갈맷길 일원에서 열렸다. ATC에는 아시아 11개국 34개 걷기 단체 관계자가 우호를 다지고 부산 갈맷길 걷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ATC 부산 집행위원회와 이번 행사를 공동 주관한 아시아 트레일즈 네트워크(ATN) 서명숙 의장은 부산 시민이 누리는 갈맷길의 매력과 부산의 걷기 인프라 조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갈맷길은 도심에 조성돼 있어 접근성이 아주 뛰어난 게 장점입니다. 부산 시민은 자기가 사는 도시를 걸어 다니며 여행하듯이 생활하기에 매일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셈입니다. 제주올레와 달리 갈맷길은 이용자 대다수가 부산 시민이죠. 이런 좋은 길을 생활 속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데 부산 시민은 자부심을 느껴야 합니다.”
㈔제주올레 이사장이기도 한 서 의장은 제주올레의 사례를 들며 걷기 문화가 태동한 애초의 목적을 강조했다. 제주올레는 물론 전국의 여러 걷기 코스를 두고 경제적 효과를 계산하려는 움직임이 많지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생활을 위한 걷기가 아닌 걷기를 위한 걷기가 되어야 한다”며 “걷기는 지역민이 건강을 지키고 힐링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에 사회적인 의료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 당장의 경제적 효과를 노려 외지인 방문자를 늘리는 데 신경 쓰지 말고 시민이 갈맷길을 비롯한 부산의 걷기 인프라를 향유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의장은 힐링하고 건강을 돌보기 위한 쉬운 방법으로 걷기의 효과를 역설했다. 전국에 걷기 바람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된 제주올레는 조성 초반 제주의 매력을 알리며 제주살이는 물론 단기 여행객 등 외지인을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7년 ㈔제주올레가 발족하고 동시에 올레길 1코스가 개장한 이래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며 차츰 변화하고 있다. 서 의장은 “5, 6년 전부터는 동호회나 동창회 모임 등을 통해 올레길을 걷는 제주 사람이 늘고 있다. 애초 올레길 조성의 목적이 외지인에게는 힐링하는 정신적 피난처의 역할을 하고 현지인에게는 제주의 가치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는데 이제 이런 바람이 이뤄지고 있다. 이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연구기관에 위탁해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제주올레의 효과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때 도민들이 ‘경제적 효과’에 앞서 ‘고향의 재발견’을 첫 번째로 꼽았다는 점은 감동적이었다”고 밝혔다.
ATC가 내세운 길을 통한 아시아인의 우호와 평화에 대해서도 거듭 이야기했다.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아시아는 걷는 길 또는 순수하게 걷기라는 행위의 역사가 짧습니다. 길을 만드는 것은 경제활동이기에 앞서 길이 있는 지역의 사람들이 행복해지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와 함께 길 걷기는 다른 지역 사람을 이해하게 만들고 평화를 가져다주는 근본 처방입니다.”
서 의장은 걷기의 매력을 거듭 강조했다. “걷기 문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기술이 발달한 사회에서 인간성 회복을 할 수 있는 원천적이면서 근본적인 방법이 걷기입니다. 천천히 걷고 오래 보면 늘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걷는 이만의 특권이자 선물이죠. 또 걷기는 자기가 가진 것, 자기가 사는 곳을 되돌아보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부산 시민들도 여행자의 시선으로 느리게 걸으며 부산을 재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