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이태석 신부의 의과대학 동기가 최근 기념사업회에 익명으로 1억 원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는 최근 이 신부의 인제대 의대 81학번 동기인 A 씨가 의료봉사에 써달라며 1억 원을 기부했다고 23일 밝혔다.
익명을 당부한 A 씨는 최근 선종 10주기를 맞아 사업회 관계자 등이 이 신부가 묻힌 전남 담양군 광주대교구 살레시오회 묘역에 모인 자리에서 이 신부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A 씨는 이 신부와 학창 시절 농구를 즐기며 우정을 쌓아왔다. 2001년 이 신부가 남수단으로 가면서 긴 시간 연락이 끊겼고 2008년 이 신부가 대장암 판정을 받고 국내로 돌아오고 나서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재회했다.
같은 의사로서의 존경심과 안쓰러운 마음에 A 씨는 아내와 함께 6개월간 주말마다 마산과 서울을 오가며 이 신부를 만나 시간을 보냈다. A 씨는 병상에 있던 이 신부에게 병이 완치되면 함께 남수단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의술로서 봉사하고 싶다는 의사도 내비쳤지만, 이태석 신부는 이내 하느님 곁으로 떠났다.
A 씨는 그동안 쌓인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1억 원이라는 큰돈을 사업회에 기부한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사업회에 “그와 똑같은 인생을 살 수는 없더라도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그의 뜻을 어떻게든 이어가고자 기부하게 됐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