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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영의 '사람&세상' <11> 임병문 부산과기협 공동이사장

“골리앗 이기는 건 다윗의 기술 … 부산만의 독자기술 확보에 사활”

  • 국제신문
  •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
  •  |  입력 : 2021-05-18 19:17:27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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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발중창업체 성신신소재 운영
- 연 매출액의 7% R&D에 투입
- 최근 5년간 1000억 쏟아부어

- 부산, 과학기술역량 전국 7위
- 연구개발인력도 전국 8위 그쳐
- 첨단기업·기술 유치 확보 시급

- 산학연 협력의 장 부산과기협
- 행복한 과학도시 만들기 최선

부산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아직 많이 부족한 도시다. 주요 지표인 ‘지역 과학기술 혁신 역량지수’가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중 7위로 나타났다. 하위권이던 과거보다 점차 나아졌지만, 제2도시로서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연구개발(R&D) 인력만 해도 전국 8위다(도표 참조). 서울·경기 지역에 비하면 각각 10분의 1에 불과하고, 대전·인천보다 연구개발 인원이 적다. 이는 부산의 과학기술 역량 및 지역 경제 발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 공동이사장 겸 CT0평의회 의장인 임병문 성신신소재 회장은 “부산 발전을 위해서는 강점인 항만물류와 전통 산업을 경쟁력있게 특화시키고, 미래 선도 과학기술 확보와 관련 기업체 유치, 인재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운대 센텀시티 본사에서 임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그런 점에서 임병문(69) 부산과학기술협의회 공동이사장 겸 CTO(최고기술경영자) 평의회 의장은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기술혁신 의지와 성과가 남다른 까닭이다. 그의 표현처럼,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다윗의 기술’이라 믿고 행동에 옮긴다.

자신이 운영하는 향토 중견업체 (주)성신신소재가 세계적 신발부품·소재 회사의 반열에 오른 원동력도 끊임없는 기술개발이다. 특히 신발 중창(미드솔: 신발 밑바닥 바로 위의 밑창) 부문은 글로벌 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크다. 그의 업체는 김해 공장(R&D센터) 외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해외 15곳에서 연간 2억 켤레 이상 생산해 세계 유명 브랜드들에 공급한다.

“저희 회사는 지난해 23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2500억 원을 내다봅니다. 그 매출액 중에서 연간 7% 정도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있어요. 최근 5년간 R&D비용을 모두 합치면 1000억 원 가까이 될 겁니다.”

보통 기업체의 연구개발비가 연매출액의 1~3%인 것에 비해 월등하다.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을 잘 하지 않으면(게을리 하면) 미래가 없다”는 그의 신념이 발현된 셈이다. 부산과기협과 CTO평의회에 초창기부터 열성적으로 참여해 온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우선, 부산과기협 공동이사장과 CTO평의회 의장에 취임한 지 1년을 맞았는데 소감은.

▶무엇보다 기업 경영의 바쁜 생활 중에도 적극 참여해 주시는 회원 여러분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 코로나 사태로 여건이 어렵지만, 올해도 시민중심의 과학교육 활성화와 과학문화 확산 등을 위한 사업에 최선을 다하겠다.

-부산 지역의 과학기술 수준을 어떻게 보는가.

▶지난해 역량지수에서 보듯이 더욱 분발해야 한다. 그간 지역 산업을 이끌 수 있는 대기업체와 혁신 기업·기술이 부족했다. 이를 유치·확보하고 관련 인재 육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지방정부와 ‘산학연’이 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지난달 29일 부산과기협 이사회에 참석한 박형준 시장이 과학 선진화 도시와 R&D 인력 양성, 과학기술 문화 확산 등에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으니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주지하듯이, 지역 청년층의 유출과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이 줄어드는 곳에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지역 대학들이 신입생 확보난 등으로 위기에 몰려서는 산학연이 꽃을 피우기도 힘들다. 정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산학연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임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면 1년 중 절반 가량이 해외 출장이다. 각 사업장을 살펴보고 주요 고객들과 만나는 일이 많아서다. 코로나 사태 후 국내에 있지만, 새로 개발된 ‘줌 카메라’와 영상 통화 등의 IT 기술을 이용해 해외 현장을 점검할 수 있어 경영활동에 큰 애로는 없다고 한다.

-그간 해외 출장 과정에서 어떤 것을 느꼈는가.

▶중국 베트남 등에 가면 전체적으로 꿈틀댄다(활기가 넘친다). 10, 20대 연령층이 많다. 고령층이 대다수인 우리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더욱이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시장에 막 쏟아져 나온다. 사실 IT 쪽은 중국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 중국에서는 사람들이 창업을 하려고 하지, (우리처럼) 공무원시험을 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글로벌 시대에는 국적을 따지지 않고 (능력에 따라) 채용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그들과 경쟁해야 하니 걱정스럽다는 얘기다. 예컨대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인력 채용을 보면, 한국인보다 ‘IT 시장 기반이 좋은’ 중국인이 많고, 중국인보다 ‘영어가 통하는’ 필리핀인이 더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젊은이들이 시야를 해외 취업시장으로도 넓히고, 글로벌 추세에 맞는 역량과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임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기본에 충실한 경영자다. 사람·고객과의 관계, 직원과의 소통을 소중하게 여기고 실천한다. ‘성신’이란 회사명이 말해준다. 성실·성의를 다하고 신용·신의를 지킨다는 뜻으로, 좌우명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세상의 가장 근본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화승그룹 현승훈 회장을 존경하고 자신의 은인이자 정신적 멘토로 모신다. 그는 대표적 신발업체인 화승에서 10년 간 근무한 것이 자신의 성장에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당시 인사·총무 생산·기술관리 구매 기획 등 여러 분야의 업무를 맡으며 경험을 쌓았던 것이 자양분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기술혁신에 대한 지론은.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저희 회사는 세계 업계를 선도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특히 요즈음은 전문가의 시대다. 99.1%를 할 수 있어도 마지막 남은 0.1%에서 성패가 갈린다. 일시적인 성공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듯 임 회장의 과학기술에 대한 열정은 끝이 없다. 사실 지금까지 일궈낸 기술력만 해도 대단하다. 세계 최초의 컴퓨터 사출성형 방식 등으로 생산성 향상에 획기적 발전을 실현했고, 쿠션감과 탄력성이 탁월한 명품 신소재도 만들어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신기술 개발에 매진해 오고 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이제는 우리가 운동장을 한 번 바꿔보려고 합니다.”

-무슨 뜻인지 설명해 달라.

▶지금까지 우리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운동장에서 뛰었다. 그 규칙에 따라야 했다. 즉,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기술을 가져와서 그것을 더 싸게 잘 만드는 일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것에서 벗어나 우리의 독자 기술, 오리지널 원천 기술을 만들고 있다. 우리가 구축한 운동장에 남들이 와서 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신발 중창 제조 기술과 시장의) 판 자체를 바꾸고 싶다. 약 5년 전부터 여기에 ‘올인’하고 있다. 그것이 조만간 (결실을 이뤄서) 상업화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 신기술의 핵심은 무엇인가.

▶요즘은 가격보다 환경이 중요한 시대다. 친환경이 핵심 기준이나 마찬가지다. 가격이 싸더라도 환경에 저촉되면 사용하지 못한다. 환경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신발 중창을 만드는 기술도 세계적인 환경에 적합한 것으로 바뀌는 추세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선진 과학기술을 가진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미래 운명은 다를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환경과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아울러 인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부산과기협과 CTO 평의회는 그 자체로 산학연 협력의 장이다. 각 분야 구성원들이 공식·비공식 모임과 교류 등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역 과학기술 진흥과 과학문화 확산 등의 활동을 펼친다. 이들 두 단체가 더욱 활성화하도록 힘을 기울이고, 우리 부산이 행복한 과학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선임기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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