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원 추진 당시 오염 문제 등한시
- 기름 잔류 사실 알게 된 것 계기로
- 구역 구분해 공원 일대 조사해야”
“부산시민공원의 추진 모토는 뉴욕 센트럴 파크 같은 자랑스러운 공원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그런데 땅 밑 기름 오염이 그 모양으로 남아있다면, 부산의 100년 자랑거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 |  |
| 민병렬(59) 전 하야리아부지 시민공원추진 범시민운동본부 운영위원. 신심범 기자 |
민병렬(59) 씨의 말이다. 그는 2004년 9월 발족한 ‘하야리아부지 시민공원추진 범시민운동본부’의 운영위원이었다. 당시 시민운동가 허운영, 이성우 씨와 함께 시민본부의 살림꾼으로 활약했다. 그가 미군이 점유한 우리 땅 반환 운동에 뛰어든 건 시민본부의 전신 격인 ‘민주주의민족통일부산연합’(1993년) 때부터다. 30대와 40대를 옛 캠프 하야리아의 공원화에 바쳤다.
민 씨는 최근 시민공원 북문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부지에 공장용 부지로도 부적합한 수준의 기름 오염이 발견(국제신문 지난 5월 5일 자 1면 등 보도)된 것을 두고 “예견된 일이었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공원 조성 작업이 추진될 당시 “오염 문제는 귓등으로밖에 듣지 않는 분위기가 흘렀다”고 전했다.
민 씨는 부대 폐쇄 전까지 부전천 등으로 기름이 흘러나온다는 신고가 많았고, 오염된 토양을 완전히 복원하려면 10년은 걸린다고 설명하는 전문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엔 공원을 어떻게 추진할 건가, 어떻게 국방부로부터 땅 소유권을 넘겨받고, 중앙정부로부터 국비를 지원받을지가 중요했다. 오염 문제를 제기하면 딴지를 거는 사람이 돼버렸다”고 그는 기억했다. 더구나 당시엔 허남식 전 부산시장 임기인 2004년 전까지 서둘러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류도 강했다. 결국, 기름 오염은 지엽적 사안으로 여겨지게 됐다. 민 씨는 “오염 조사 단계부터 복원 과정까지 제대로 할 생각이 있었다면 지금의 오염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부산시는 기름 오염을 두고 ‘당장의 나무 생육 등에 지장이 없다’며 공원 내 오염 전수 조사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민 씨는 이곳이 시민의 의지로 공원이 된 공간이란 점을 강조했다. “공원 조성 전에 어떤 시설이 들어서면 좋겠냐고 설문조사를 해보면, 시민은 압도적으로 공원을 희망했다. 반면 행정이나 건설계에선 일부라도 아파트를 짓고 싶어 했다. 10만 평 정도만 공원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아파트 부지로 팔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실제 시는 1995년 하야리아 부대 부지 약 17만 평 중 14만 평을 주거지역, 나머지 3만 평은 공원으로 지정하는 도시계획 재정비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민 씨는 이번에 오염이 발견된 건 오히려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옥에 티조차 없는 공원으로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시민의 자긍심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름 오염이 남아있단 걸 영영 몰랐으면 몰라도, 이미 오염이 남아있단 점이 밝혀진 마당에 덮을 수만은 없다. 구역을 구분해 차근차근 잔류 오염 정도를 조사하는 방식으로라도 공원 일대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