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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1285> 함양 대봉산 북릉

큰 봉황을 타고 닭볏 오른 듯 … 도열한 암봉 ‘조망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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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관봉 정상·첨산 전망대 풍경
- 남덕유·월봉산 등 360도 펼쳐져
- 갓바위·800살 은행나무도 볼 만

- 809m 높이 빼빼재주차장 출발
- 9.5㎞ 코스 초보자는 주의 필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 주위에 산 이름이 바뀐 곳이 많다. 모두 민족정기를 말살하려는 의도로 자행됐다. 산의 고장인 경남 함양군도 예외가 아니다. 함양읍의 진산인 대봉산(大鳳山·1254.1m)은 읍내 북쪽을 병풍을 친 듯 헌걸찬 산세다. 2009년 4월 대봉산으로 지명이 바뀌었지만 오래전부터 ‘갓을 걸어 놓다’라는 ‘갓걸이산’으로 불렀다. 이를 일제 때 한자로 바꾸면서 괘관산(掛冠山)이 됐다. 벼슬을 마친 선비가 갓을 벗어 걸어 놓는다는 뜻으로 지역에 큰 인물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의도로 붙여졌다 한다.

또 함양읍에서 보이는 천왕봉(1228m)도 일본의 천황을 뜻하는 천황봉으로 불렀다. 이에 함양군은 괘관산을 큰 인물이 난다는 대봉산으로 이름을 다시 변경하고 암봉인 정상은 닭볏을 닮은 데서 계관봉으로 명명했다. 천황봉도 천왕봉으로 본래의 이름을 되찾았다.
대봉산 계관봉에서 첨산에 이르는 능선 좌우는 도끼로 찍어 낸 듯 깎아 세운 바위 절벽 구간이다. 취재팀이 계관봉을 내려 선 뒤 암릉에서 조망을 즐기고 있다. 멀리 서봉에서 시계 방향으로 남덕유산 북덕유산 월봉산 거망산 황석산 등이 펼쳐지며 바로 앞에 솟은 암봉은 첨산이다.
■약 809m 높이 빼빼재에서 출발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우둘투둘한 계관봉 닭볏 암릉과 상어 지느러미 같은 날카로운 첨산 바위 능선을 잇는 대봉산 북릉 산행을 소개한다.

대봉산은 전체적으로 보면 부드러운 육산이다. 그러나 계관봉에서 북쪽 첨산에 이르는 능선만은 도끼로 찍어 낸 듯 깎아 세운 바위절벽인 암산이다. 바위를 넘기도 하지만 암릉 왼쪽으로 산길이 나 있다. 낡은 로프 뿐 안전 시설물이 없어 초보자는 산행 유경험자와 동반하기를 권한다.

15년 전만 해도 감투봉에서 정상으로 향하면 헬기장과 능선에서 조망이 빵빵 터지는 전망대 산행이었다. 이제 훌쩍 커버린 나무로 바위전망대 한 곳을 빼고는 계관봉까지 조망이 열리지 않는다. 대신 정상에서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보상해 주는 조망 맛집 산행이다.
계관봉 정상석을 지나 계관봉으로 오르는 암릉에서 본 대봉산 천왕봉.
대봉산 계관봉과 천왕봉 서쪽 골짜기에는 지친 몸과 마음을 자연에서 치유하는 대봉산 휴양밸리(대봉산자연휴양림·대봉캠핑랜드·대봉모노레일&짚라인)가 들어섰다.

산행 경로는 함양군 서하면 운곡리 빼빼재에서 출발해 감투봉~원티재~옥환교 갈림길~폐쇄된 이동통신 시설~계관봉·천왕봉 갈림길~계관봉 정상석~계관봉 정상~첨산~갓골바위(갓바위)~3단 바위~내중산 갈림길~새재~은행나무~은행마을 운곡보건소 앞 도로에 도착한다. 산행 거리는 약 9.5㎞이며, 산행시간은 5시간 안팎이 걸린다. 대봉산 북릉은 암릉에다 동서남북 펼쳐지는 조망이 발길을 잡아 산행 시간은 별 의미가 없다.

이번 산행은 백전면과 서하면의 경계로 37번 지방도가 지나가는 809m 높이의 빼빼재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빼빼재는 백두대간의 백운산과 대봉산 들머리로 알려져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대봉산은 강우량 자동 경보 방송 탑과 대봉산 등산안내도에서 산길로 들어서 천왕봉(5.5㎞)으로 향한다.

산사면 길은 능선으로 올라붙어 완만하게 이어지다 감투봉을 앞두고 된비알 길을 오른다. 30분이면 맛있는 열매를 마을에 막 던져준다는 감투봉에 올라선다. 큼지막한 정상석에서 천왕봉(4.5㎞)은 왼쪽 능선을 탄다.

■닭볏·첨산 암릉 조망 맛집 산행

계관봉 암릉에 걸린 로프를 잡고 오르는 취재팀.
나무 사이로 소잔등 같이 유순한 능선이 계관봉과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전망 장소를 지나 산길은 내려간다. 다시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감투봉에서 15분이면 사거리 안부인 원티재(원통재)에 도착해 천왕봉(3.7㎞)은 직진한다. 오른쪽은 지소마을(1.9㎞) 방향. 오르막과 편평한 산길이 반복된다. 지소마을 갈림길 한 곳을 더 지나 15분이면 나오는 폐쇄된 헬기장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간다. 안쪽에 천왕봉(2.3㎞) 이정표가 서 있다. 산행 리본이 달린 오른쪽은 지소마을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 염소 똥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바위전망대를 지나 된비알 길을 올라가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정상으로 간다. 왼쪽은 옥환교 방향인데 ‘하산(1.87㎞)’ 이정표가 서 있다.

폐쇄된 이동통신 시설을 지나 원티재에서 약 1시간20분이면 이정표 삼거리에 도착한다. 왼쪽 계관봉(0.3㎞)으로 꺾는다. 오른쪽은 천왕봉(1.0㎞) 방향인데, 갔다 온다면 1시간이 걸린다.

안전 때문에 정상 아래에 세운 계관봉 정상석.
봉긋한 봉우리에 세워진 계관봉 정상석은 실제 정상이 아니다. 여기서 정상은 약 150m 즈음 바위를 잡고 올라야 한다. 삼각점과 정상석을 세웠던 흔적이 남아 있다. 폭이 좁고 좌우는 천길낭떠러지로 겨울에는 더욱 위험해 정상석을 안전한 아래쪽에다 옮겨 세웠다. 그런 만큼 정상 조망은 탁월하다. 북쪽 멀리 보이는 서봉과 남덕유산에서 시계방향으로 북덕유산 월봉산 금원산 거망산 기백산 황석산 감악산 황매산 정수산 웅석봉 법화산 삼봉산 팔공산 백운산 깃대봉 할미봉 등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지리산 천왕봉은 구름이 덮여 볼 수 없었다.

갓을 쓴 모양이라는 갓골바위.
하산은 삼각점을 지나 바위를 왼쪽으로 돌면 첨산 전망대가 나온다. 꼭 황매산 정상의 암봉을 옮겨 놓은 모습이다. 안부에 내려섰다가 다시 첨산으로 올라간다. 바위를 오르기도 하지만 전망대에서 산길로 되돌아 나오기도 한다. 첨산을 넘으면 산길은 가파르게 내려간다. 높이 6m 정도의 선바위가 나오는데 언뜻 보면 오리를 닮았지만 갓을 쓴 모습이라 은행마을에서는 갓골산·갓골바위(갓바위)라 부른다. 갓바위 아래를 자세히 보면 두 눈이 툭 불거진 게 돌하르방을 닮았다. 완만한 능선을 간다. 뒤돌아보면 내려온 첨산이 앙칼진 게 알프스 3대 북벽의 하나인 마터호른 같다.

갓골바위에서 약 15분이면 떨어질 듯 앞으로 툭 튀어나온 3단 바위를 지나 바윗길은 끝난다. 7분이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산행리본이 많이 달린 왼쪽이 은행마을 방향이다. 오른쪽은 내중산 방향. 산악회에서 달아놓은 산행리본을 참고하며 산비탈을 내려간다. 긴 산죽 터널을 벗어나면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능선 삼거리에서 약 55분이면 벌목된 새재 안부에 도착해 왼쪽으로 꺾는다. 은행마을을 보며 가지능선을 끝까지 내려간다. 마을의 유래가 된 800년 된 은행나무를 본 뒤 새재에서 약 25분이면 은행마을회관과 운곡보건소 앞 도로에 도착한다.


◆교통편

- 들머리 가는 대중교통 없어…빼빼재까지 승용차 이용을

이번 산행은 거리가 먼 데다 들머리인 빼빼재까지 대중 교통편이 다니지 않아 승용차 이용이 낫다. 승용차 이용 때는 경남 함양군 서하면 운곡리 빼빼재(원통재)를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설정하면 된다. 산행 날머리인 은행마을회관에서는 서상개인택시(010-3702-0345·010-9963-0094)를 불러 빼빼재(요금 2만 원 선)로 이동해 차량 회수를 하면 된다.

대중교통편은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함양으로 간 뒤 서상행 군내버스로 환승한 뒤 서상에서 빼빼재는 택시를 타야 한다. 그러나 서부터미널에서 함양 서상을 거쳐 장계 가는 버스가 하루 한 차례 있다. 서부터미널에서 오전 7시15분에 출발하며 약 3시간 45분 소요. 서상터미널 앞에서 택시로 바로 빼빼재(요금 2만 원 선)로 가면 된다. 산행 뒤 서상터미널에서 출발해 함양터미널로 나가는 버스가 오후 6시 7시30분에 출발한다. 버스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서하면소재지인 26번 도로까지 약 25분을 걸어나가 서하(송계)정류장에서 함양터미널로 나가는 버스를 탄다. 오후 8시까지 약 30분 간격으로 다닌다. 함양에서 부산행은 오후 4시 6시30분에 있다. 부산행 막차를 놓쳤다면 진주를 거쳐 부산으로 가도 된다. 함양에서 진주 막차는 오후 8시10분에 있다. 진주에서 부산 막차는 밤 9시10분에 출발하며, 심야버스는 밤 10시 12시에 있다.

맛집 한 곳을 소개한다. 힘든 암릉 산행으로 고갈된 체력을 ‘안의갈비탕(사진)’으로 보충하자. 안의면 소재지인 광풍루 옆 도로가 지역 특화 음식인 갈비탕과 갈비찜 골목인데, 입구에 삼일식당(055-962-4492)이 알려졌다. 한우를 사용하며 국물이 진하고 시원한데다 뼈다귀에 붙은 고기를 뜯는 재미가 있다. 골목 안 모든 갈비탕 전문 식당은 재료가 소진되면 바로 식당문을 닫는다. 되도록 일찍 찾아가야 맛볼 수 있다. 갈비탕 1인 1만6000원.

문의=라이프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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