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섯 암봉 ‘육조문’ 암릉 코스
- 위험한 구간없이 우회로·계단
- -산꾼 몰리는 칼바위보다 호젓
- 설흘산 봉수대 파노라마 전망
- 산행 후 암수바위·밥무덤 구경
- 풍경에 가치 더한 마을 이야기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3월을 맞아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응봉산(鷹峰山·471.5m)~설흘산(雪屹山·481.7m)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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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조문의 여섯 암봉 중 최고봉에 서면 조망이 활짝 열린다. 멀리 설흘산이 우뚝 솟았고 그 오른쪽에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로 알려진 앵강만의 노도가 보인다. 가까이 오른쪽 아래 취재팀 옆으로는 다랭이마을과 계단식 논이 있다. |
설흘산은 산깨나 탄다는 사람은 다 한 번쯤 찾았을 만큼 빼어난 조망과 암릉 산행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산행은 대부분 서쪽 선구마을에서 시작해 칼바위(첨봉) 암릉을 타고 응봉산과 설흘산을 거쳐 다랭이논으로 잘 알려진 가천마을로 하산하는데, 이게 설흘산 정규 코스가 될 정도로 등산객이 붐빈다. 그래서 봄철에는 이 경로를 따라 산행에 나서면 전국에서 한꺼번에 등산객이 몰려 정체되는 게 다반사였다. 근교산 취재팀은 이번에 가천 다랭이마을에서 출발해 산꾼이 덜 붐비는 육조문 능선을 타는 설흘산 원점회귀 코스를 찾았다.
■가천 다랭이마을 원점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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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현령의 꿈에 나타났다는 다랭이마을 암수바위. |
가천 다랭이마을에서 왼쪽 응봉산을 쳐다보면 울퉁불퉁한 암릉이 눈길을 끈다. 미륵불로도 불리는 여섯 개 바위 봉우리를 두고 육조문이라 하며, 6명의 부처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가천마을은 응봉산과 설흘산 사이 해안 절벽 위 가파른 산비탈을 깎아 마을이 들어섰다. 어촌마을이지만, 해안에 배 댈 곳을 찾지 못해 바다를 뻔히 보고도 물고기를 잡아 생활할 수 없었다. 주민들은 호구지책으로 산비탈을 호미와 곡괭이로 깎아내고 한 뼘이라도 더 농사지을 땅을 마련하려고 석축을 직각으로 쌓아 계단식 논을 만들었다. 그 높이가 108층에 이른다 한다. 이것이 오늘날 다랑이·다랭이 논으로 불린다. 경사가 얼마나 가파르면 ‘쟁기질하던 소도 한눈 팔면 절벽으로 굴러 떨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산비탈이 생긴 모습 그대로 논을 만들다 보니 논은 넓지 않다. 작은 논은 10㎡(약 3평)라고 한다. 여기에 가천마을 농부의 ‘삿갓배미’ 사연이 전해온다. 옛날 한 농부가, 힘들게 얻은 땅이다 보니 종종 자기 논을 세어보곤 했다. 어느 날 논일을 하다가 논을 세어보았더니 논 한 배미가 모자라는 게 아닌가. 농부는 잘못 세었나 싶어 다시 세어 보았지만, 논 한 배미는 찾을 수 없었다. 농부는 할 수 없이 포기하고 낙심해 집에 가려고 항상 쓰고 다니던 삿갓을 들었더니 그 밑에 논 한 배미기가 숨어 있었다고 한다.
가천마을 아래쪽에 미륵불로도 불리는 암수바위가 있다. 남성 성기를 닮은 숫바위는 숫미륵, 임신해 만삭이 된 여성 모습을 한 암바위는 암미륵이라 일컫는다. 암수바위에는 전설이 내려온다. 1751년(영조27)에 남해현령 꿈에 노인이 나타나 “내가 가천에 묻혀 있는데 그 위로 우마(牛馬)가 지나다녀 시끄럽고 몹시 불편하니 나를 꺼내어 세워주면 필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고 하였다. 현령은 꿈이 하도 생생해 노인이 일러준 곳을 찾아 땅속에 묻혀 있던 암수바위를 파내어 미륵불로 봉안하고, 논 다섯 마지기를 희사해 제사를 지내게 했다고 한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마을의 안녕을 빌면서, 귀한 양식인 쌀밥을 땅에 묻어 지신(地神)에게 바치는 ‘밥무덤’도 있으니 둘러보자. 가천 다랭이 논과 마을은 국가유산 명승이며, CNN이 한국에서 꼭 방문해야 할 아름다운 곳 50곳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응봉산~설흘산 산행 경로는 다음과 같다. 가천 다랭이마을 제1 주차장~응봉산 입구·설흘산봉수대 등산로 입구 팻말~임도 삼거리~덱 계단 갈림길~안부 ‘현 위치 번호 응봉산 B-1’표지목~육조문 전망대~응봉산 정상~‘현 위치 번호 남해 응봉산 C-1’ 표지목 갈림길~안부 사거리~‘현 위치 번호 설흘산 D-3’ 표지목 갈림길~설흘산 정상(봉수대)~설흘산 남릉~전망대 두 곳~안동 권씨 묘~제2 주차장~다랭이마을 버스정류장~다랭이마을 제1주차장 원점회귀 코스이다. 산행거리는 약 5.4㎞이며, 3시간 안팎 걸린다.
가천 다랭이마을 관광안내소가 있는 제1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산행은 왼쪽 육조문 능선에서 응봉산과 설흘산을 돌아 남릉을 타고 제1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다랭이마을을 보며 오른쪽 항촌마을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간다. 약 2분이면 응봉산 입구(0.15㎞)·설흘산 봉수대등산로입구를 알리는 팻말이 있고, 오른쪽 콘크리트길로 도로를 벗어난다. 이내 관광안내소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만나는 대밭 갈림길에서 왼쪽이다. 3, 4분이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응봉산은 왼쪽 덱 계단 길이다. 직진 임도는 산불통제기간 입산을 금하니 들어가지 말자.
■‘최애’ 남해 전망대 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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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조망 지점인 봉수대가 있는 설흘산 정상. |
10여 분 나무계단을 가파르게 치오르면 ‘현 위치번호 응봉산 B-1‘ 표지목이 있는 능선 안부에 올라선다. 이제부터 응봉산을 향해 육조문 능선을 타고 간다. 산길은 암릉을 오르는 게 아니라, 능선 왼쪽으로 난 편한 길로 이어진다. 암반에는 나무 계단이 설치돼 있고, 윤슬이 내려앉은 바다 전망이 열린다. 안부에서 25분 남짓이면 다섯 암봉을 돌아 마지막 바위 봉우리인 육조문 정상에 올라간다. 조망이 터지는 전망대다. 왼쪽에 응봉산, 건너편에는 가야 할 설흘산이 우뚝하다. 발아래는 가파른 산비탈에 들어선 마을과 다랭이 논이 한눈에 들어온다.
응봉산 정상(0.6㎞) 이정표를 거쳐 큼지막한 바위 중간에 들어선 무덤 두기를 잇따라 지나면 다시 너럭바위 전망대에 닿는다. 된비알 길은 소사나무 군락지를 치고 오른다. 육조문 전망대에서 15분이면 매봉산으로도 불리는 응봉산 정상에 선다. 돌탑·삼각점·정상석이 있다. 여기서도 조망이 넓게 열리나 봉수대에서 즐기기로 하고 오른쪽 설흘산(2.02㎞)으로 향한다.
왼쪽은 선구마을에서 칼바위 능선을 거쳐 오는 설흘산 종주길이다. 산길은 안부로 내려선다. 설흘산 산행에서 가장 숲이 짙은 구간으로 소나무와 잡목에 가려 주위 조망은 아예 열리지 않는다. 그러나 완만한 능선 길이 그리 편할 수 없다.
약 20분이면 ‘현 위치번호 남해 응봉산 C-1’ 표지목 갈림길이 나온다. 설흘산은 직진한다. 오른쪽은 가천마을에서 임도를 타고 오는 길이다. 돌무덤에 해학적인 목장승을 지나 378봉 산허리로 난 길을 따라 10분이면 이정표가 반기는 안부 사거리에 닿는다. 설흘산 봉수대는 직진하며, 이제 400m 남았다. 왼쪽은 홍현 2리에서 오는 길이다. 오른쪽은 가천마을로 곧장 내려간다. 설흘산 북사면을 치고 오르는 길로 약 15분이면 정상 동쪽 100m 아래 ‘설흘산 D-3’ 표지목이 있는 안부 갈림길에 선다.
봉수대가 있는 설흘산 정상은 오른쪽에 있다. 왼쪽은 망산을 거쳐 홍현(중촌)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봉수대는 2단으로 복원했다. 남해 금산 봉수를 받아 북쪽의 원산(호구산), 서쪽 여수 돌산도 봉수와 잇는 역할을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소흘산(所訖山) 봉수’로 나온다.
봉수대 자리답게 조망이 사방팔방 열린다. 남쪽 발아래로 다랭이마을이, 옹골찬 육조문 바위 능선과 응봉산 뒤로 돌산도와 팔영산 등이 보인다. 오른쪽 광양만 뒤로는 멀리 하늘금을 긋는 백운산에서 시계 방향으로 망운산 금오산 괴음산 송등산 호구산 와룡산 금산 노도 호도 두미도 욕지도 등이 펼쳐진다.
하산은 설흘산 남릉을 탄다. 산길은 까칠한 편이다. 가족 산행이라면 앞서 안부 사거리 갈림길로 되돌아가 가천마을로 가는 기존 산길이 안전하다. 능선을 타고 가다 오른쪽으로 내려간 흔적이 나오는 갈림길에서 왼쪽이다. 이 지점을 지나면 두 곳의 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전망대와 너럭바위 전망대인데, 앵강만과 금산 노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여기를 벗어나면 오른쪽으로 산비탈을 횡단한다. 그러다 왼쪽으로 꺾어 마지막 너덜을 빠져나가면 권씨 묘가 나온다. 설흘산과 응봉산 사이 사거리 안부에서 내려오는 임도와 만나 도로에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틀면 제2 주차장이 나오고, 다랭이마을 정류장을 통과해 정상에서 약 60분이면 제1주차장에 도착한다.
# 교통편
- 대중교통 불편…다랭이마을 입구 주차 후 산행
먼 거리라 대중교통은 버스 시간 맞추기가 빠듯해 승용차가 낫다. 승용차 이용 때는 경남 남해군 남면 남면로 702 ‘다랭이마을 관광안내소’를 내비게이션 목적지로 설정하고 간다. 주차는 관광안내소가 있는 1주차장이나 날머리에 있는 2주차장에 한다. 주차비 없음.
부산 사상구 서부터미널에서 남해군으로 이동한 뒤 농어촌 버스로 환승한다. 서부터미널에서 남해행은 오전 6시20분 8시30분 9시40분 10시55분 등 총 11회 있다. 약 2시간 소요. 남해읍 남해공용터미널에서 남면선인 다랭이마을(가천)을 운행하는 농어촌버스(남흥여객: 055-863-3507)는 오전 6시20분 7시 7시55분 8시5분 9시35분 10시40분 10시55분 등에 출발한다.
산행 뒤 다랭이마을에서 남해터미널로 나가는 버스는 오후 4시 5시45분 7시 7시30분 8시40분(막차)에 있다. 남해터미널에서 부산 서부터미널행은 오후 3시10분 4시30분 6시20분 7시20분(막차)에 떠난다.
맛집 한곳 추천한다. 가천 다랭이마을의 암수바위 인근에 바다 뷰가 끝내주는 ‘다랭이맛집(055-863-3338)’이 괜찮다. 다랭이마을을 천천히 둘러보았다면, 남해 특산물 멸치나 갈치를 맛볼 차례다. 이번에는 필자 혼자 떠난 답사라 다 맛 볼 수 없고 해서 이맘때 살이 통통 오른다는 봄멸치로 차린 멸치쌈밥(사진)을 먹고 왔다. 멸치쌈밥 1인 1만3000원(1인 식사 가능).
문의=문화체육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