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그래도, 부산이 좋다 <23> 유엔공원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목각병정 이야기

무명용사(Unknown Soldier). 국적 영국. 유품이 발견되지 않아 소속부대, 전사기록 알 수 없음.

한스(HANS). 국적 룩셈부르크. 육군보병. 1951년 7월1일 참전하여 같은해 10월11일 학당리 전투에서 전사.

데이비스(DAVIS). 국적 호주. RAR 3대대 사병. 1950년 9월27일 부산에 상륙, 제27여단에 배속. 1950년 10월9일 38선을 넘어 북진작전 중 전사.

존(JOHN). 국적 미국. 미3사단 포병대 관측장교. 1952년 11월부터 1953년 2월까지 한국군과 합동으로 철원전투에서 관측장교로 활약하다 전사.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각국 병사들의 비망록이다. 적어둬야 할 기록은 수도 없이 많다. 한국전에 참전했다 희생된 유엔군 전사자는 3만7천8백97명. 이들 중에는 ‘비망(備忘)’할 아무것도 없는 ‘무명(無名)’도 있다.

이들의 사연은 사이버 공간에 애니메이션으로 되살아나 있다. ‘목각병정 이야기’가 그것. 지난해 6월 부산 남구청은 한국전쟁 50주년을 맞아 각국의 참전용사들을 캐릭터로 만든 ‘평화상품’을 내놓았다. 이 애니메이션은 유엔공원이 전쟁 희생자들의 단순한 묘지가 아니라 세계인의 평화공원임을 역설하고 있다.

☆평화와 자유

지난 19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공원.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를 맞았는데도 공원은 조용한 겨울잠에 빠져 있다.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 그 의미는 무엇일까.

14만4천1백47㎡(4만3천6백4평)의 넓직한 묘역엔 세계 각국에서 기증한 8천5백여그루의 수목들이 바깥의 도시소음을 막아주고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활엽수와 잔디는 그 무엇을 기다리는지 바짝 마른 채 봄을 기다리고 있다. 손질이 잘된 상록수들은 여전히 푸른 빛이다. 봄빛이 터지면 상록수들은 한층 물이 오를 것이다.

유엔공원이 울부짖는 외침은 평화와 자유. 이 성역에 깃든 2천3백명의 영혼들이 건네는 무언의 메시지가 엄숙하게 다가온다. 한국전쟁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전쟁은 지구촌 곳곳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

한반도는 여전히 ‘휴전상태’이고, 한국전쟁의 상대편 당사자에게 던져진 ‘악의 축’이란 발언은 또다른 긴장을 몰아오고 있다.

묘역의 비석들은 ‘평화와 자유는 과연 누구 편인가’하고 묻고 있지만 대답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평화와 자유의 염원을 담았다는 돌(기념석)들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유엔공원 내 기념관에는 한국전쟁에 참전, 이제 할아버지가 된 각국 역전의 용사들이 기증한 11개의 돌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되풀이돼선 안된다는 염원을 담은 돌이다. 한 줌에 들어올만한 크기의 돌들이지만 그 돌의 무게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만큼이나 무겁다.

돌은 기념관에서만 무게를 다하는 것이 아니다. 평화와 자유의 짐은 다음 세대가 풀어야할 숙제로 남겨져 있다.

   
유엔공원 옆 1만5천4백㎡ 부지의 조각공원. 이곳에는 예술로 승화한 돌들이 전시돼 있다. 유엔공원 동문에서 막바로 통하는 이곳엔 평화 자유 통일의 염원을 담은 23개국 29명의 조각가들이 기증한 작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전쟁 5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곳의 조각품들도 ‘평화와 자유’의 의미를 묻고 있다.

☆우리에게 지워진 짐

애니메이션 ‘목각병정 이야기’는 상극(相剋)을 상생(相生)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쟁에서 희생된 ‘목각병정’들이 영혼의 안식처인 바다에 띄워지는 마지막 장면이 그것을 말해준다.

한국전쟁의 혼란 속에 유엔공원이 부산의 끝, 남구 대연동에 자리잡게된 것은 지리적 이점 때문이었다. 지금의 묘역 앞 LG메트로시티 아파트가 들어선 옛 동국제강 부지는 전쟁 당시 배가 접안할 수 있는 곳으로, 전사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기에 적당한 위치였다.

유엔공원은 치외법권 지역이다. 1951년 1월 유엔군 사령부에 의해 설치돼 개성 인천 대전 대구 밀양 마산 등지에 흩어져 있던 유해를 모셔 한때 1만1천기에 이르렀다. 1959년 11월 유엔과 한국간에 협정을 체결, 이듬해인 1960년 3월 유엔이 묘지의 관리를 맡았으며 정부는 묘역이 위치한 토지를 유엔에 기증했다. 그 후 1974년 2월부터 우리나라를 비롯, 묘역에 유해를 안치한 11개국으로 구성된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가 관리 주체가 됐다.

지구촌에서 유일한 유엔공원이 한국, 그것도 부산에 있다는 것은 부산의 든든한 자부심이다. 동시에 짐일 수도 있다. 그 짐은 평화와 자유에 대한 무언의 가르침이다. / 정상도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폐교 부지 간절한 백병원…교육감 공백에 논의 올스톱
  2. 2현실성·실행력·대안 ‘3無 대책’…멀어지는 가덕 거점항공사
  3. 3반얀트리 화재로 ‘직격탄’…삼정기업, 기업회생 신청(종합)
  4. 4부산 ‘악성 미분양 주택’ 2268가구로 역대 최대…처음으로 2000가구 넘어
  5. 5울산경찰 개청 이래 첫 여성 총경 나왔다(종합)
  6. 6부산 ‘미쉐린★’ 벽은 높았다…신규 지정 없어 1스타 3곳뿐(종합)
  7. 7쿠팡, 김해 1930억 투자 스마트물류센터 만든다
  8. 8분산특구 지정 본격화…부산시 최종안 4월 확정(종합)
  9. 9부산시, 수영만 무단 계류 요트 선박 내달부터 강제 퇴거
  10. 10‘부산 밀수 대부’의 필로폰 공급책, 2년 만에 덜미
  1. 1[단독] 글로벌허브→메가시티 바꿔 공약화? 또 표류 우려
  2. 2[속보] 文 “내란 비호하는 혐중정서 개탄…중국은 대단히 중요한 나라”
  3. 3박형준 대권도전 선 그었지만…보수재건 행보 정가 촉각
  4. 4헌재 “마은혁 임명 보류는 위법”…재판관 지위 부여는 각하(종합)
  5. 5임종석 “李 넘어설 인물 지지할 것”
  6. 6대권잠룡 김경수 부산 세몰이…김두관·이재명도 내주 방문
  7. 7‘아빠 찬스’로 선관위에 입성 전·현직 채용비리 32명 적발(종합)
  8. 8與의원 76명 “탄핵심판 성급한 결론, 대규모 불복으로 이어질 수도”
  9. 9[속보] 北 “서해에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훈련…핵억제력 신뢰성 과시”
  10. 10“빨리 핀 꽃 빨리 시들어” 韓 재등판 설왕설래
  1. 1현실성·실행력·대안 ‘3無 대책’…멀어지는 가덕 거점항공사
  2. 2반얀트리 화재로 ‘직격탄’…삼정기업, 기업회생 신청(종합)
  3. 3부산 ‘악성 미분양 주택’ 2268가구로 역대 최대…처음으로 2000가구 넘어
  4. 4부산 ‘미쉐린★’ 벽은 높았다…신규 지정 없어 1스타 3곳뿐(종합)
  5. 5분산특구 지정 본격화…부산시 최종안 4월 확정(종합)
  6. 6몸값 20조 HMM, 더 멀어지는 민영화
  7. 7강서 52㎢ ‘공급유치형’ 내달 여론수렴…3개 지자체와 경쟁(종합)
  8. 8트럼프 '캐나다·멕시코 관세' 위협에 국제유가 2%대 급등
  9. 9전기요금 올린 한전, 4년 만에 흑자 전환…작년 8조3489억원 이익
  10. 10가계대출 비수도권에 인센티브…지방은행 대출여력 높인다
  1. 1폐교 부지 간절한 백병원…교육감 공백에 논의 올스톱
  2. 2울산경찰 개청 이래 첫 여성 총경 나왔다(종합)
  3. 3쿠팡, 김해 1930억 투자 스마트물류센터 만든다
  4. 4부산시, 수영만 무단 계류 요트 선박 내달부터 강제 퇴거
  5. 5‘부산 밀수 대부’의 필로폰 공급책, 2년 만에 덜미
  6. 6진보진영 단일화 ‘짝사랑’ 끝나나…차정인 캠프 결렬 기류
  7. 7“비행기 무서워 기차 타요” 국내선 승객은 확 줄었네
  8. 8지난해 부산 연평균 가구 총소득 4596만 원
  9. 9국민의힘 ‘실세’ 의원 아들, 주택가 화단서 대마 찾다 경찰 붙잡혀
  10. 10부산독립운동기념관, 시민공원 내 하반기 착공 추진
  1. 1손흥민 논스톱 슈팅, 슈퍼 선방에 막혀
  2. 2톱타자 이정후, 몸 맞는 볼 출루 후 득점
  3. 3아이파크 U18 개성고, 3년 만에 전국대회 제패
  4. 4‘우승 DNA’ 박혜진, BNK 정상 등극 어시스트 한다
  5. 58연패 KCC, 28일 반등 드리블
  6. 6[속보] 전북, 서울 제치고 2036 올림픽 유치 도전 국내 후보지 선정
  7. 7타율 0.111, 실책 2개…다저스 김혜성, 메이저행 불투명
  8. 8정몽규 축구협회장 4연임 성공(종합)
  9. 9김소니아 “부산, 마이 집” 배혜윤 도발에 응수
  10. 10서울 vs 전북…2036 올림픽 국내 후보지 막판 경쟁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