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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가 살아온다<11> 제2부 비빌의문 (5)기마민족설 그 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2-11-29 2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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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일본에서 날아든 부음 하나는 한·일 고대사 연구의 폭풍과도 같은 한 페이지를 들추어보게 했다. '기마민족설 주창, 에가미 나미오씨, 96세 일기 마감'.

에가미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8년 기마민족설을 제기해 일본사회와 한국에 놀라움과 충격을 준 인물이다. 이 학설은 4세기 무렵 퉁구스 계통의 북방 기마민족 일파가 한반도로 남하해 현해탄을 건너 북 규슈에 한·왜 연합왕국을 만들었다는 것이 요지다. 에가미의 주장대로라면 한반도 남부 역시 기마민족의 말발굽 아래 들어간 것은 물론이다.



#천황중심 해석 뒤흔들어



일본 헌법 제1조는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다’로 명시돼 있다. 천황은 일본에서 현인신(現人神)으로 통하며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기마민족설은 이전까지 신화에 근거한 천황 중심의 역사해석을 뒤흔든 것이었다. 만세일계(萬世一系), 즉 하나의 혈통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천황가를 이뤘다는 황국사관의 근본을 흔들었으니 반향과 논란은 클 수밖에 없었다.



기마민족설은 끝내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시야에 넣은 패러다임의 확장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에가미는 지난 90년초 김해 대성동 고분발굴 현장을 방문, 자신의 마지막 미싱 링크(Missing Link=계열상 빠진 부분)가 메워졌다고 주장했다. 즉, 몽고지방에서 만주·한반도를 거쳐 일본열도까지 뻗어나간 기마문화의 연결고리가 김해의 발굴유물로 충족됐다는 것이다.



국내 학계는 기마민족설을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허구적 산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홍익대 김태식(역사교육) 교수는 “기마민족설이 임나일본부설의 연장선상에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만 요즘에도 살펴볼만한 대목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신판 기마민족설



김해 대성동 고분군은 ‘부여족 남하설’이란 자못 흥미로운 가설을 낳았다. 부산대 신경철(고고학과) 교수가 제기한 이 가설은 3세기말께 북방의 부여족이 동해안 해로를 타고 남하, 김해지역을 점령하고 금관가야를 세웠다는 것이 요지.



신 교수는 김해 대성동 고분군과 부산 복천동 고분군 중 3세기말~5세기초에 걸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구릉 정상부의 목곽묘 부장품에 주목한다. 이곳에서 나온 도질토기와 철제 갑주류, 오르도스형 동복(銅 ·이동식 청동솥), 몽고발형주 등의 유물과 선행묘 파괴, 순장풍습 등이 이전과는 구분되는 북방민족의 이동 흔적이라는 것.



신 교수는 ‘통전’ 부여전에 나오는 서기 285년에 모영선비의 공격을 받아 파국에 빠진 부여족의 일파가 장백산맥을 넘어 북옥저가 있던 지금의 두만강 하류지역까지 이동해 왔는데, 그들이 해로를 이용해 김해로 왔다고 말한다.



신 교수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부여족 남하설은 에가미의 기마민족설과 닮은 데가 있다. 북방의 기마민족이 남하해 정복을 통해 왕국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거의 같다. 이 때문에 학계 일각에서는 이를 신판 기마민족설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기마민족설은 증명되지 않는 미싱 링크가 여전히 많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기마민족설과 결과적으로는 비슷하게 보일지 몰라도 논증과정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부여족 남하설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가락국 건국연대(서기 42년)와 맞지 않고 금관가야의 성립시기를 3세기 무렵으로 내려잡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가설의 힘



기마민족설은 국내 학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부여족 남하설이 그렇고 소장 역사학자 이도학씨의 백제 형성론, 최병현씨의 신라고분을 통해 본 기원설 등은 음양으로 기마민족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 가설은 적잖은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계의 기존 통설을 과감하게 허물고 역사해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함께 얻고 있다.



경북대 주보돈 박물관장은 “이들 학설이 기마민족설을 그대로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북방민족 남하라는 기마민족설의 논의 구조와 아이디어를 부분적으로 가져왔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학설을 20세기초에 풍미했던 문화전파론의 영향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



기마민족설과 부여족 남하설 등은 ‘가설(假說)의 힘’을 실감케하는 사례로 꼽힌다. 가설은 일련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어떤 학설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명제인데, 공론과정을 통해 지지가 따르고 설득력을 얻으면 통설이 된다.



가야사는 가설의 연속이며, 많은 가설을 필요로한다. 학계의 활발한 연구 및 발굴성과에도 불구하고 가야사는 아직 개념, 존재시기, 영역, 종족, 국가발전단계, 가야 각국간의 관계 등 기본적인 문제들조차 해결되지 않고 있다. 기존 통설의 벽을 과감히 깨고 신선한 상상력의 날개를 단 가설이 활발하게 개진되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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