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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가 살아온다 <13> 제3부 가야인의 삶 ②의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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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살았을까

김해시 봉황동 158번지 일원의 야산 구릉지. 3~6세기 가락국(금관가야) 시대의 조개더미, 집자리, 환호 등이 발견된 이곳에는 지금 ‘미니 가야촌’이 만들어지고 있다.

김해시가 ‘가야복원 사업’의 하나로 재현중인 건축물은 곡물저장용 고상건축, 여름철 임시 주거용 고상가옥, 3세기대의 수혈(竪穴)주거, 이보다 한단계 발전한 지상가옥, 망루, 목책 등이다.

송원영 김해시 문화재 전문위원은 “이번 재현사업은 학계의 고증과 자문, 전문용역을 통해 실시되고 있다”며 “수혈생활에서 지상건축으로 바뀌는 단계에서 일부 벽체가 생기고 기둥과 서까래의 기능 분담이 이뤄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해시는 내년 1월말 이들 건축물을 완공한뒤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가야시대 주거에 대한 기록은 ‘삼국지’ 위서동이전에 단편적으로 나온다. ‘땅을 파고 지은 초가 움집에 문이 위에 나 있고 온 가족이 한집에서 산다(居處作草屋土室 形如塚 其戶在上 擧家共在中)’.

문헌자료와 고고학적 발굴 성과를 보면, 가야 초기 백성들의 집은 이전부터 내려오던 수혈주거가 많지만 일부는 서까래가 땅에서 떨어진 반(半)수혈주거의 모습을 보인다. 취락은 김해 봉황동, 양동 유적이 말해주듯 산 계곡의 비탈이나 언덕이 있는 얕은 구릉지대가 많다.

땅을 파고 만든 수혈가옥과 함께 땅위에 기둥을 세우고 벽체와 지붕시설을 한 지상주거도 있다. 시골 원두막을 연상시키는 고상가옥은 남방식 주거의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도 있다. 고상가옥의 지붕은 맞배의 초가지붕이 대부분이며, 고상가옥 내부에는 화덕과 굴뚝이 설치돼 있어 지배층이 이용했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 뭘 먹었을까

‘삼국지’에는 변진, 즉 가야지역은 ‘토지가 비옥해 벼와 오곡을 심기에 알맞다’는 기록이 있다. 또 가락국의 역사를 알려주는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밭’과 ‘새로 만든 논’, ‘곡식창고’와 ‘농한기’같은 용어가 등장한다. 이같은 문헌자료는 가야인의 식생활 기반이 오곡을 위주로 한 농업이란 것을 시사한다.

가야지역의 패총이나 주거지, 고분에는 기록을 증명이라도 하듯, 쌀 보리 콩 팥 조 밀과 같은 다양한 곡물 잔재가 검출되고 있다.

조개류와 어류도 빼놓을 수없는 식생활 재료였다. 어류는 연근해 어종은 물론, 청어 대구 등 한류성 어종, 내륙 지방의 민물어종, 고래 수달 강치 등 수중생물까지 다양하게 발견되고 있다. 이들 조개류 및 어류는 경북 고령 등 내륙지역의 고분에서도 출토되고 있어 당시 해안과 내륙의 활발한 물자 교류를 엿보게 한다.

가야인들은 육류도 섭취한 것으로 보인다. 가야지역 패총지에서 사슴 노루 멧돼지 소 돼지 개 닭 등의 동물 뼈가 출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동물 가운데 일부는 사육을 통해 확보됐다는 연구도 있다.

‘가야 문화사’로 박사학위(98년)를 받은 계명대 권주현 강사는 “가야의 식생활은 4세기를 전후해 지배층의 주·부식이 분리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학자들은 가야고분에서 간간이 감 복숭아 머루 등 과일이나, 밤 도토리 호두 등 견과류의 잔존물이 출토되는 사실을 중시, 당시 채소류도 재배되었을 것으로 본다.

가야시대에는 이처럼 곡류, 육류, 어패류, 과채류 등 자연에서 얻어지는 재료들을 총체적으로 이용하여 식생활을 영위했다고 볼 수 있다.

가야의 생업에 대한 연구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이 분야를 연구해온 밀양대 박물관 곽종철 학예연구원은 “가야시대 초기 해안에는 반농반어가 행해졌고, 내륙과 해안의 농경방식도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며 가야의 생활사 복원을 위한 발굴조사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어떻게 입고 지냈나

권주현 강사는 “3세기대 가야지역에는 직물짜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어 지배층들은 꽤 멋있는 옷을 입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삼국지’에는 ‘변진사람들은 뽕나무를 재배하고 누에치기를 하며 겸과 포를 만들 줄 안다’ ‘광폭의 세포를 만든다’ 등의 의생활 관련 기록이 나온다.

겸은 견(絹), 즉 실크 종류의 고급직물이며, 광폭의 세포는 마(麻)의 일종으로 섬세한 직물이다. 이들 옷감은 당시 지배신분층이 외출복으로 삼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늘게 짠 백(帛)을 일컫는 능(綾)도 있었는데, 허왕후가 시집올 때 능현(綾峴)에서 비단바지를 벗어 산신령께 바쳤다는 기록으로 보아 이 역시 지배층이 입었던 옷으로 유추할 수 있다.

가야인의 의복은 대체로 바지 저고리가 기본이 되고, 겉옷(袍)과 모자(帽)가 더해져 세트를 이룬다. 여자는 치마(裙)와 저고리, 겉옷을 걸쳤고 모자 대신 머리장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라나 백제, 고구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권 강사는 “가야유적에서 출토되는 방추차는 당시 직조가 많이 행해졌음을 알려주며 6세기대의 가야금은 현을 고저에 맞게 굵고 가늘게 만들어야 하므로 섬유제작 기술이 상당 수준에 와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 박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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