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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가 살아온다 <18> 제4부 가야의 힘과 미 ①철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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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철의 뿌리

경남 창원시 동면 다호리. 부산~마산을 잇는 14번 국도를 타고 가다 동면 삼거리에서 30번 지방도를 따라 북쪽으로 10분쯤 가면 ‘의창 다호리 유적’이 있다.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 들머리에 해당하는 곳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다호리 유적은 삼한시대 연구, 특히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대 변한의 실체를 규명하는 결정적인 고고학 자료를 제공한 곳이다.

다호리에서 다량 출토된 칼, 창, 화살촉 등 무기류와 각종 형태의 도끼를 비롯해 괭이, 따비, 낫 같은 농공구 등은 기원전 1세기 무렵, 이 지역에 이미 철기가 실생활에 이용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가야의 모태인 변한이 철기사회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다호리 유적을 한반도 역사시대의 시작으로 보는 연구자도 있다.

다호리의 기원후 1세기대 무덤에서는 철광석까지 출토돼 당시에 이미 철 생산이 이뤄졌음을 암시한다.

국립김해박물관 임학종 학예연구실장은 “무덤의 철기 부장과 철 생산이 있었다는 것은 기원전 1세기에 철을 지배하는 유력자가 존재했다는 것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남부 즉 변한지역이 철 생산-공급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은 3세기대 중국측 기록인 ‘삼국지’ 위서동이전 변진조에 잘 나타나 있다.

‘나라에서 철(鐵)이 생산되는데 한(韓),예(濊),왜(倭) 모두가 와서 사간다. 시장에서는 철을 중국의 화폐처럼 사용했고 또한 낙랑군과 대방군에도 공급했다(國出鐵韓濊倭皆從取之 諸市買皆用鐵如中國用錢 又以供給二郡)’.

여기서 말하는 국(國)이 어디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변한 혹은 가야의 어느 지역을 일컫는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호리뿐만 아니라 김해 양동, 대성동, 부산 복천동 고분 등에서도 다량의 철기가 쏟아졌고 곳곳에서 철기제작에 이용되는 단야구까지 나와 가야사회와 철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확인시킨다.

기록에 나오는 단야족(鍛冶族) 역시 철 지배자의 이야기다. 수로왕의 성이 후대에 김씨(金氏)로 일컬어지고 신라 김씨가 생겨난 배경에는 단야족에 대한 숭배, 즉 철강과 성화(聖火)를 다루는 신비한 힘을 가진 지배자를 상정했기 때문이다.

수로왕 시대의 인물인 신라의 4대왕 탈해 역시 야철 기술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놀랄만한 기술수준

지난 2001년 가을, 인제대 내 김해발전전략연구원은 흥미있는 연구 보고서 하나를 냈다. ‘가야 철기유물의 과학적 분석을 통한 가야 철기문화 복원에 관한 연구’라는 긴 제목의 보고서는 가야 철기에 대한 금속공학적 접근이어서 크게 주목됐다.

연구는 홍익대 박장식(금속공학) 교수가 주도하고 신경철(부산대 고고학), 이영식(인제대 사학) 교수가 동참해 각각 고고학적·문헌학적 코멘트를 붙였다.

연구대상 철기는 김해 대성동 고분군에서 수습된 환두대도, 철촉, 철정, 꺾쇠, 주조철부 등 1~5세기 철기 유물 12점. 연구진은 이들 철기의 미세조직을 관찰, 공학적 분석을 통해 당시 철 기술체계를 역으로 추론하는 방법을 택했다.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전성기때 가야는 동북아 최대의 철기 제작기술을 보유한 철강산업 강국이며, 금관가야는 최소한 4세기까지 신라보다 세(勢)의 우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가야의 철기 기술체계는 단조에 의한 형태가공, 표면침탄법(浸炭法)에 의한 제강과정, 열처리 과정 등 세단계로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영식 교수는 “이같은 3단계 제작기술은 철기생산에 관련된 각기 다른 공방의 존재와 전문가 집단(조직)을 상정케 하고 나아가 이들 집단을 장악했던 강력한 정치권력, 즉 ‘철의 왕국’을 확인시켜 준다”고 지적했다.

가야의 기술자들은 필요에 따라 강 소재의 기계적 성질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효과적인 열처리 기법도 활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된 열처리 기법은 담금질이며 제한된 부위에만 담금질 효과가 미치도록 하는 특별한 기술도 적용됐다.

주조철부 역시 완성된 제품을 녹지 않을 정도의 높은 온도에 장시간 유지시키는 특별한 열처리를 했다. 이렇게 생산된 주조철부는 실제 도끼로 사용됐다.

신경철 교수는 “주조철부가 실용도구라는 금속공학적 분석결과는 부산 복천동 21, 22호분 등 대형 고분의 묘광을 팔 때 이 철부가 실제 사용된 것으로 보여 고고학적 연구성과와도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주조철부에서는 상당량의 비소(As)가 검출, 이 유물에 사용된 철광석의 산지를 추정하는 단서를 제공했다. 연구진은 철부의 성분으로 보아 울산 달천광산에서 채굴된 철광석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박장식 교수는 “가야의 철기 기술체계는 형태가공-제강공정으로 이루어지는 신라식 기술체계와 비슷하지만, 백제식(제강공정-형태가공 순)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철기에 대한 금속공학적 연구는 지난 80년초 포항제철(현 포스코)에서 처음 시도한 적이 있고 이후에도 간간이 개별연구가 시도되기도 했다. 박 교수는 “가야 철의 실체 규명작업은 이제 갓 시작단계”라며 “철기 기술체계의 시기적인 변천문제, 가야 연맹체내 국가간 기술체계 비교, 신라기술과의 관계, 제련기술 및 원산지 추정, 일본과의 비교연구 등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 박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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