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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중순 경북 울진군 왕피천을 거슬러 올라오는 한무
리의 연어가 알을 낳을 장소를 찾고 있다. |
바람에 옷깃을 세우고, 떨어지는 낙엽의 바스락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어느새 가을의 중턱이다.
나는 이 무렵이면 가슴 가득 설렘을 안고 추수를 끝낸 들판을 가로질러 울진 왕피천으로 가을여행을 떠난다. 그곳에는 고향을 떠나 쿠릴열도를 지나 알래스카만과 캄차카반도, 오호츠크해를 거치는 수만 리의 여행을 끝내고 다시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연어가 있기 때문이다.
연어는 청어목 연어과 연어속의 냉수성어류이다. 우리나라 동해안, 일본, 사할린, 알래스카, 캐나다 등 북태평양에 7종(참연어 곱사연어 왕연어 홍연어 은연어 시마연어 아마고연어)이 분포하고 있다.
이중에서 우리나라 동해안으로 회유하는 종은 참연어(Chum salmon)인데 어미의 크기는 대략 50~80㎝ 체중은 2~7㎏이다.
우리가 다른 어류와 달리 연어에 대해 다소 철학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이역만리 타향을 떠돌다가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와 자신의 분신을 남기고 마지막을 맞는 독특한 생의 사이클 때문일 것이다.
연어가 바다에서 하천으로 올라와 생을 마칠 때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큰 감동을 준다. 경북내수면연구소의 도움으로 동해바다와 맞닿는 왕피천 하구부터 연어랑 함께 강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왕피천을 거슬러 오르던 한 무리의 연어가 알을 낳기 적당한 곳을 찾기 시작한다. 잠시 후 자리를 잡은 암놈이 부지런히 강바닥 자갈을 파내고 그곳에 살구빛 알을 쏟아낸다. 인근을 맴돌던 수놈은 암놈이 쏟아낸 살구빛 알 위에 조심스레 정액을 뿌린다.
수놈과 암놈은 자신들의 ‘분신’이기도 한 수정란을 포식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조금 전 파낸 자갈을 다시 덮어 씌운다.
오랜 여행 끝에 알을 낳고 수정을 마치느라 탈진한데다 거친 자갈을 파고 덮고 하느라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두 놈은 이내 허연 배를 수면으로 향한 채 죽어간다.
연어는 이렇게 생의 사이클을 마감한다. 물론 이같은 자연상태의 산란과 수정과정은 이를 관찰하기 위해 연어를 채포하지 않은 특별한 경우이다.
실제는 수정과 부화율을 높이기 위해 강을 가로질러 그물을 쳐두고 여기에 걸려든 연어를 강제 채포하여 인공수정 시킨다.
인공수정된 수정란은 연구실내 양어장에서 양육시킨 후 매년 2월초 하천에 방류된다.
이렇게 방류된 새끼 연어는 30~50일 하천에 머물면서 먼길을 떠날 준비를 한다. 학자들은 이 기간에 새끼 연어들이 고향하천의 냄새를 익힐 수 있기 때문에 2~3년간 수만리 여행을 마친후에도 고향하천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어가 돌아오는 우리네 하천은 경상북도 울진군 왕피천 남대천, 영덕군 오십천, 강원도 고성군 명파천 북천, 양양 남대천, 강릉 연곡천 낙풍천, 삼척 오십천 마읍천 가곡천 등으로 11곳 정도이며 회귀율은 1~2%로 추정하고 있다.
/ 글·사진 = 박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