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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영도 감지해변에서 별 불가사리 무리가 부패된 어패류를 포식
하고 있다. |
(상)억울한 죽음
우리는 언론매체 등을 통해 불가사리를 자주 접한다. 대부분 포로를 앞세운 개선장수들처럼 의기양양한 스쿠버 다이버들의 발 아래 널부러진 모습이다. 이때 불가사리에 대한 표현도 무시무시하다. ‘바다속 해적’ ‘천적이 없는 포식자’….
그런데 스쿠버 다이버들의 발밑에 깔린 불가사리 중에 억울하게 죽어간 놈들도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불가사리라는 종 자체가 모두 나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불가사리가 인류에게 백해무익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NO’이다.
불가사리는 세계적으로 1천8백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쉽게 관찰되는 것은 토착종인 별 불가사리, 거미 불가사리, 빨강 불가사리와 캄차카나 홋카이도 지역에서 건너온 외래종인 아무르 불가사리 등 4종류이다. 이 가운데 엄청난 포식성으로 악명을 떨치는 아무르 불가사리를 제외한 대부분은 환경에 순기능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별 불가사리가 조개류를 전혀 포식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지만 이놈은 팔이 짧고 움직임이 느리다.
바다속에서 관찰해보면 별 불가사리의 움직임이 전복이나 소라보다 느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움직임으로는 상대적으로 빠른 조개를 따라 잡기가 어렵다. 애써 따라 잡는다 해도 짧은 팔로 이들을 감싸 안기는 더욱 어렵다. 결국 별 불가사리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죽은 물고기나 병들어 부패된 조개 등의 유기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별 불가사리의 이러한 습성은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아주는 순기능을 한다.
제주 연안에서 많이 발견되는 거미 불가사리와 빨강 불가사리류는 할말이 더 많다. 제주도 해양수산자원연구소 고형범 박사는 “이들은 조개류를 전혀 공격하지 않고 물 속에서 부패한 고기와 유기물만을 섭취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습성은 육지에서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을 옥토로 만드는 지렁이에 비유될 정도로 해양 환경에 유익하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고 했던가. 그동안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 불가사리의 명예를 회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간단하다. 매년 전개되는 불가사리 구제 작업 때 아무르 불가사리만 잡아내면 된다. / 사진·글 = 박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