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하면 떠오르는 것이 포식성과 질기디 질긴 생명력이라면 아무르 불가사리는 대표선수로 손색이 없다.
아무르 불가사리를 물속에서 본 사람이라면 그 크기와 모양에 두번 놀란다. 큰 것은 길이가 40㎝ 가량인데 물속에서는 빛의 굴절현상으로 실제보다 25% 정도 더 크게 보인다. 희거나 누르스름한 몸에는 푸른 점무늬가 박혀 있다. 징그럽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캄차카와 홋카이도 등 추운 지방에서 건너온 영향으로 여름철에는 연안에서 조금 떨어져 수온이 낮고 깊은 곳에 머물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때쯤 육지 가까이로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아무르 불가사리의 조개류 포식방법은 다른 불가사리와 다름이 없다. 다섯개의 팔로 조개를 감싼 후, 팔 밑에 붙은 무수한 관족의 힘으로 조개 틈새를 벌린다. 이어 자신의 위장을 조개 속으로 밀어 넣어 조갯살을 녹여 먹는다. 관족의 힘이 다른 불가사리에 비해 커 아무르 불가사리떼가 한번 지나간 곳에는 살아 남는 조개가 없을 정도이다.
외래종인 아무르 불가사리가 우리나라 연안에 급속도로 퍼진 것은 특이한 이동법 탓이다. 아무르 불가사리는 강한 관족의 힘으로 1분에 1m 정도 이동할 수 있는데 먹이를 찾지 못하면 몸에 공기를 채워 부력을 맞춘 후 조류를 따라 먼거리로 이동한다. 특히 알에서 깨어나 플랑크톤 상태일 때는 물속을 떠다니다가 자기가 살기에 적합한 곳에 이르러서야 변태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박의 활발한 이동도 한 원인이다. 선박은 자체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화물을 내리는 항구에서는 바닷물을 채우고, 화물을 싣는 항구에서는 바닷물 버리기를 반복하는데 이때 아무르 불가사리의 플랑크톤들이 바닷물과 함께 선박으로 들어와 전세계로 퍼진다.
자연은 스스로 생태계 균형을 맞춰 나간다. 건강한 바다에서는 어느 한 종류의 동식물이 그 지역을 점유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연안에 아무르 불가사리가 대량 번식하는 것은 빽빽이 들어선 가두리 양식장과 무분별한 생활하수의 유입으로 바다가 부영양화되며 이들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르 불가사리는 적조 콜레라 등과 함께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심각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UN과 국제해양기구가 예의주시하는 10종 가운데 하나이다.
/ 박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