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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독을 가진 바다독사가 필리핀 남부 아포섬 앞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
바다독사를 만난 것은 필리핀 남부 아포섬 앞바다였다.
이달 초 비행기로 4시간, 차를 갈아타고 4시간, 다시 배를 타고 2시간을 이동한 끝에 도착했다. 울릉도만한 섬이지만 인근의 광범위한 해역이 해양생태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해양생물 천국이다.
수심 20여m 산호초 사이에서 길이가 2m 남짓하고 줄무늬가 선명한 바다독사를 만났다. 바다독사는 누군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는지 멈칫하더니 산호초 사이로 재빠르게 미끄러지며 달아났다.
바다독사는 수백만년 전 육지에서 바다로 들어가 적응했다고 전해진다. 콧구멍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코안에 밸브가 있으며 꼬리 부분도 헤엄치기 좋게 노처럼 납작하다. 그러나 지느러미가 없어 오리발을 갖춘 사람보다 유영 속도가 느리다. 한참을 따라 다니다 보니 숨이 가빠진 바다독사가 수면으로 상승을 시작했다.
50여종의 바다뱀 중 5종 정도가 독을 가지고 있어 바다독사로 불린다. 바다뱀은 수중에 녹아 있는 산소를 피부로 흡수하지만 바다독사는 허파로 폐호흡을 한다. 따라서 1~2시간에 한번씩 수면으로 머리를 내민다. 이때가 바다독사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 수면을 선회하는 독수리가 있다면 끝장이다.
바다독사는 뱀장어 바다메기 복어 등을 주식으로 삼으며 강력한 독으로 먹이를 기절시키거나 죽인 후 통째로 삼킨다. 어떤 바다독사의 독은 코브라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장비를 착용한 스쿠버다이버가 피해를 입는 경우는 드물다. 바다독사는 자신이 위협 받지 않으면 공격적이지 않고 2~3㎜의 짧은 송곳니로는 잠수복을 뚫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다독사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대부분 열대지방의 어부들이 그물에 걸린 바다독사를 떼어내기 위해 건드리는 경우라고 한다. / 박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