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다이버가 열대해삼의 일종인 레오피드 해삼에게 자극을 주자 해삼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퀴비에관을 뿜어내고 있다.
해삼은 움직임이 아주 느리다.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어패류 등의 썩은 유기물을 먹고 살기 때문에 빠르게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해삼은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피해나갈까.
해삼(sea cucumber·극피동물문 해삼강)은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넘겨야 한다. 천적인 바다 게가 해삼을 발견하고 강한 집게로 집적거리면 해삼은 흰 국수 면발같이 생긴 퀴비에관을 항문으로 뿜어낸다. 퀴비에관은 굉장히 끈적거려 해삼을 공격하는 포식자의 몸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어떤 종은 퀴비에관에 독성물질이 있어 여기에 걸려드는 물고기가 마취되기도 한다.
퀴비에관을 뿜어내고도 적을 제압하지 못한 해삼은 몸을 극도로 수축시켜 단단하게 만든다. 그러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는 최후 수단으로 내장을 밀어낸다. 내장만 먹고 살려달라는 마지막 애원이라도 되는 걸까.
해삼은 불가사리와 같이 신체일부가 훼손되더라도 재생되는 극피동물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내장을 뱉어내더라도 30~40일 지나면 완벽하게 복원되므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해삼 내장은 사람들에게 먹을거리로 인기가 높다. 해삼의 내장 재생력을 연구한 일본의 양식업자들은 해삼에게 고의로 자극을 주어 내장을 빼낸 후 몸체를 횡으로 잘라 양식장에 던져둔다. 30~40일 지나면 해삼은 두 마리가 되고 그 두 마리 몸속에는 다시 내장이 가득 차게 된다.
내장까지 뱉어낸 해삼을 계속 자극하면 긴장된 몸이 한계점을 넘어 흐물흐물해지면서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 특히 우리나라 연안에서 주로 채집되는 돌기해삼은 온도로 인한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해 수온이 25도 이상에 이르면 내장을 모두 뱉어내고 죽어버린다.
/ 글·사진 = 박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