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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게가 가시를 곧추세운 채 먹이를 찾고 있다. 가운데 보이는 구멍은 성게의 항문이며 입은 반대쪽에 있다. |
초보 다이버 시절이던 지난 1988년 여름 제주도 원정때 일이다. 북제주군 한림의 어촌에 여장을 풀고 첫 야간 다이빙을 시도했다. 낮에 확인한 수중지형은 수심 15m에 해조류가 자라고 있는 암반지대가 있어 야간 다이빙에는 큰 무리가 없는 듯했다.
‘D-time 오후 10시 정각’.
3명의 다이버들이 수중 전등을 비추며 밤바다 속으로 하강하다 바닥에 거의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엄청난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백 마리의 성게들이 성난 고슴도치가 가시를 곧추세운 듯한 기세로 침입자들을 막아서고 있는 게 아닌가. 적진으로 공수된 낙하산병이 지뢰밭 가운데에 떨어져 내린 꼴이었다.
포식자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이동의 수단으로도 사용되는 성게 가시는 독이 있는데다 낚싯바늘 같은 구조라 한번 찔리면 심한 통증으로 며칠을 고생한다. 오죽하면 성게를 ‘움직이는 지뢰’라고 부를까. 야행성 생물을 관찰하는 것 또한 야간 다이빙의 매력이라는 생각으로 바닥에 몸이 닿지 않게 부력을 조절하며 조심스럽게 성게를 관찰했다.
성게(clypeaster·성게아문 성게강의 극피동물)는 야행성이다. 낮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바위틈 등에 머물다가 밤이 되면 슬금슬금 기어나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를 뜯어 먹는다. 전세계에 800여 종이 서식하며 우리나라 해역에는 식용이 가능한 보라성게 분홍성게 말똥성게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성게의 배를 갈랐을 때 나오는 황색의 생식선(흔히 성게알이라 불리는 것으로 자웅이체인 성게의 암컷은 황갈색, 수컷은 황백색을 띤다)은 맛과 향이 뛰어나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성게 생식선을 넣고 끓인 국을 별미로 여겨 귀한 손님이 오면 미역 등과 함께 끓여 낸다. 정약전도 ‘자산어보’에 “맛이 달고, 날로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고 적었다.
/ 글·사진=박수현기자